노인이 되어 가는 중

아침에 일어 나 화장실을 다녀오고 컴퓨터의 전원을 켜려는데 괜스레 눈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책을 보려 해도 한 페이지를 채 보기도 전에 글자가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는 통에 제대로 읽지를 못한다. 근 일 년 전부터 아침마다 이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혹시 백내장인가 싶어 지난 3월 구월동에 있는 삼성안과엘 들렀지만 별 이상이 없다며 점안액 한 병 주고는 치료를 끝냈다.

두 어달 전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그 날따라 허리가 뻐근하여 이불 위에서 이리저리 허리를 돌려 보는데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고 그저 근육이 뭉치거나 힘줄에 이상이 있는 듯 하지만 그냥저냥 견딜만하여 버텼는데 평소와 다름을 느낀 아내가 병원에 가자 했지만 며칠 두고 보자는 말로 넘겼더니 썩 나은 것은 아니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조금 의식이 될 뿐이라 지금까지 그냥 지내고 있다.

2016년 가을새벽에 명치를 쥐어 짜는듯한 엄청난 통증으로 스스로 찾아간 기독병원에서 주치의 이 재갑선생이 나의 몸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인하대병원으로 보내 심장에 스탠트 3개를 박고 명을 늘린 후 작년 1월에 비슷한 증상이 도져  스탠트를 2개 더 박았다. 시술 당시 이제 같은 증상이 발발하면  사타구니나 손목으로 시술을 하지는 못하고 그대로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인하대병원 신성희 교수의 엄포가 아직도 가슴에 또렷이 남아 있다.

30대 초반에 잘못된 식생활습관으로 인해 당뇨가 발병한 후 지금까지 약을 챙겨 먹고 있다. 매일 제 시간에 약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생활이다. 당뇨약만 먹으며 지낸 세월이 근 30년이 지나 정년퇴직을 앞두고 발생한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을 약이 10개로 늘었다. 당뇨약 자비앙 듀오와 아마릴, 심장약 아스피린과 고지혈증 치료제 로스쳇정, 협심증치료제 이소트릴지속정, 항혈전제 플라비톨정,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치료제 딜라트렌에스알캡슐 등 총 10알의 약을 조석으로 나눠 챙겨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즈음 길을 걸을때나 집에서 급자기 일어날 때 종종 어지럼증이 생기길래 당뇨주치의 김 소헌 선생에게 증상을 얘기했더니 아마릴 용량을 줄여 주며 증상이 또 발생하면 한 알의 약을 반 잘라먹으라며 응급자가치료를 알려 주었는데도 증세의 빈도는 낮아졌지만 마음 한 구석 불안하기는 여전하다. 이래저래 나이 들면서 몸이 약해지는 중이니 당연한 결과라 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운명에 순응하기로 다짐하였다.

오래전 돌아가신 동석형과 10년 전에는 기경이, 달원이가 갔고, 5년 전인가 민성이도 하늘의 부름을 받았는데 근래 2년 새에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정석이 광진이 기수형까지 친밀하게 지내던 이들의 세상 떠나는 소식이 부쩍 잦아진 탓에 언젠가는 나도 가야겠다는 심중의 각오가 생기게 되었다. 죽지 않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나의 죽음에 조금이나마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을 하였는데 가족들이 되돌릴 수도 있다고 하니 이 신청은 그저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한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든다.  # "오늘 연명의료중단을 신청했다"  https://alzade57.tistory.com/3499

사업실패로 인하여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라 포기하며 훤한 뒷머리의 시원함을 느끼며 지내기로 하였고,당시부터 빠지기 시작한 치아의 상태가 이제 점점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한 두 개씩 빠진 어금니는 이제 하나 남지 않았고 위쪽 중간 어금니가 한 달 전부터 덜컹거리는데 치과에 가서 빼어야 하는데 무슨 심보인지 덜렁거리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 밥 먹는 게 불편한데도 놔두고 있는 스스로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록 여러 개의 이가 빠졌을지언정 의치는 하나 없다는 정말 쓸데없는 생각 때문이라면 바보에 다름 아니다..

요즘 쓰는 글 중에 활기찬 글들이 찾기 힘들다. 그저 추억을 되새기는, 그리고 심중의 복잡함을 다스리라는, 도덕적인 그런 글들이 모두인 것을 인지하고는 엉뚱한 글을 간혹 쓰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생활에 활기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 스스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나마 친구들과 어울리며 산책도 하고 당구도 치면서 우정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근래 주안영상센터에서 받고 온 AI교육 중에 작곡법을 대입하여 노래를 만들며 오전을 지내는데 나의 글로 노래를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고 만든 노래를 주위에 자랑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치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작년과 올 여름까지 근 일 년여의 시간을 들여 문닫은 다음블로그의 글을 티스토리로 옮겼고, 스캐너를 구입해 내 젊은 시절과 아이들의 어린 시절등 과거의 생활을 담아 놓은 앨범 20개의 사진들을 스캔하여 파일작업을 완료한하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도 대견하다.

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노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리 세세히 기록할 사안들도 아닌데..
누가 볼 것도 아니고..

그래 이런 증상이 무얼 말하는지 알겠다
맞아, 확실히  노인이 되어 가는 중인가 보다..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