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본문

음악이야기/팝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김현관- 그루터기 2024. 10. 15. 23:56

https://youtu.be/5-RRT3ZwH0I?si=tgmlthroBYFRYySY

이소벨 캠벨 isobel Campbell의 '아모리노 Amorito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 강민석 - 음악 칼럼니스트 산문집

이소벨 캠벨 isobel Campbell의 '아모리노 Amorito (2003년)

세상에 사는 두 종류의 인간, 방파제 같은 것이 파도를 막아 주는 바닷가 마을에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노래를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저녁 바람처럼 사는 사람, 그리고 도시의 중심부 가장 높고 단단한 곳을 향해 늘 치열하게 싸우며 전진하는 사람, 그대는 어떤 사람입니까?

인간에 대한 희망, 사랑에 대한 열망 때문에 우리는 성장하고 넘어 지곤 합니다. 그 화려한 좌절이 덧쌓이다 보면 언젠가 이름 모를 바닷가 마을에 당도하든지, 아니면 도시 한가운데 꼭대기에 서 있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배우는 것이 다 진실은 아닐 때가 있습니다.

나비, 꿀벌, 무당벌레, 거미, 개구리, 뱀과 같은 조용하고 서늘한 생물만이 알 수 있는 비밀들이 이 세상에는 많을 겁니다.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제각기 생겨난 섭리에 맞는 삶을 살면, 살아 있으나 죽으나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을 테지요. 뒤틀리고 분노에 찬 삶 뒤에는 늘 '소유'와 '질투'가 숨어 있습니다. 가지고 싶으나 가지지 못하는 대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와 모멸은 늘 아름다움과 추함의 대비를 점점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쟁취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고, 곤충이나 양서류들의 고요함 앞에서 소름 끼치는 엄숙함과 경외심을 가지게 되는 영장류의 고통입니다.

언제나 사랑은 신기루입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다가도 잡으려고 손을 내밀고 몸을 숙이면 저만치 있고, 사랑을 주는 일에 익숙한 이도 마음속에는 자꾸만 빈집이 늘어납니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열정'을 자기 안에 차분히 담아 놓고 그 대상을 향해서는 하나라도 더 이해하려는 과정, 그것이 '덜 피폐해지는' 사랑법입니다. 그런 건 이미 다 유치원 때 배웠다고요? 그럼 말없이 음악이나 듣는 수밖에, 짧은 노래 속에 담긴 연민과 반추의 시와 멜로디가 위로해 주는 것은 의외로 많지요. 신기루 같지만 늘 언제나 머리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벽속의 그것.

참으로 영국적인(역시 닉 드레이크를 닮은!) 음악 소녀 이소벨 캠벨 Isobel Campbell은 벨 앤 세바스찬 Belle & Sebastian의 멤버였다가 솔로로 독립한 뮤지션입니다. 젠틀 웨이브스 Gentle Waves라는 사이드 밴드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늘 그녀의 음악 문법 가운데는 프렌치 팝 혹은 이탈리안 팝 스타일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아모리노 Amorino, 이탈리아 어로 큐피드 혹은 사랑의 신을 뜻합니다. 그리고 작은 연인, 작은 사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작지만 커다란 사랑.

이소벨 캠벨은 사랑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고 광대한 주제라고,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 스며드는 것이고,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삶 속으로 배어들어 우리가 하는 갖가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심지어 우리의 성격에까지도.

"황금을 봤지만 마실 수는 없었어."

지독한 고통과 불행만 눈앞에 보이는 번민의 바다. 그 앞에서 울부짖은 랭보의 독백이 그녀에게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녀는 바람을 만나 그가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를 조금씩 구원해 갑니다. 바람이 가리키는 물속으로 들어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작은 물고기와 뱀장어, 개구리들이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은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 「이곳은 젖이 흐르는 땅 This Land Flows With Milk」 「가엾은 나비 Poor Butterfly」 이 세곡 만으로도 상처 입은 마음에 위로가 될 것입니다.

바람이 네 이름을 속삭이는 거야.
내 귀에 들릴 만큼 충분히 길게
나무도 똑같이 속삭이는 거야.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를 따라가는 거겠지.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 중에서

https://youtu.be/Op3WlPB7axk?si=tQgR63YmMKoygjMS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 

https://youtu.be/dNYrviz7oPo?si=M7_cxXBZW-dPaQ45

「이곳은 젖이 흐르는 땅This Land Flows With Milk」

https://youtu.be/yCZIAVoDdEo?si=n71Dl37nP5HVLfEx

「가엾은 나비 Poor Butterf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