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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ano
- y.c.s.정모
- 당화혈색소6.7#녹내장주의#아마릴정1일투여량1알줄임#자월보신탕24년3월폐업
- new trot. male vocal. 60bpm. piano. cello. orchestra. lyrical. languid.
- 익숙해질 때
- jzzz&blues
- male vocal
- 인천대공원#포레#파반느#단풍
- 석민이#경민이#도화동시절
- fork. male vocal. 75 bpm.piano. cello. lyrical. lively.
- male base vocal
- 감정의 깊이가 다른 말
- blues&jazz
- 경로석#한국근대문학관#윤아트갤러리
- 碑巖寺
- Saxophone
- 추억의도시
- 오블완
- 1mm 치과
- uptempo
- 60bpm
- 동인천역 가새표#남수#보코#친구들
- 70-80bpm
- 누가바#상윤네집#진열이#금복
- 인천시민과함께하는시화전
-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 양파즙#도리지배즙#배도라지청#의약용파스#완정역#호경형
- lost in love "잃어버린 사랑" - 에어서플라이 (air supply)#신포동#ai가사
- 티스토리챌린지
- 인학사무실#참우럭#놀래미#도미#금문고량주#두열#제물포#마장동고깃집#마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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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내가 머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 강원도 본문
https://youtu.be/9INbCyTf_bM?si=A2Mxv_vi3Chu7XM5
내가 머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 강원도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 세상 곳곳을 모두 돌아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하다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차마 가볼 수 없는 곳도 있다. 여행자의 마음에는 여행지에 관한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은인이 살고 있는 영국의 바스나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처럼 기회가 되면 언제든 다시 가겠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곳도 있지만, 중국이나 네덜란드, 그리고 독일의 여러 도시들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추억들이 혹여 변질될까 두려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마음의 빚을 가장 많이 진 곳은 아무래도 내가 매일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이 아닐까. 마음만 먹으면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 삭막하고 치열하게 살다 보면 여기에 살고 있으면서도 딱히 돌아다니기 어려운 이상한 여행지가 바로 이곳, 대한민국이다. 나를 맞이해 주는 곳이 바로 이 땅일 텐데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종종 강원도로 간다. 무작정 찾아가도 무심했던 나를 야단치기는커녕 언제든 반갑게 맞아 주는 땅.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발길을 돌려도 뭐라 하지 않는 곳. 익숙한 국도와 고갯길을 넘어 낯설지 않은 바닷가로 향한다. 큰마음먹고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도, 익숙한 산사와 커다란 석상이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산과 바다가 함께 있다. 어머니의 품을 떠나 있으면 다시 그리운 것처럼, 도시로 돌아와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나는 또다시 산과 바다와 사찰이 있는 강원도가 그리워진다.
미시령 터널을 넘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항상 새롭다. 낙산사에는 있는 홍련암과 의상대는 관광객들이 사진 을 찍느라 북적이지만,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기로 한다. 해수관음상 옆에 서서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면 번잡했던 마음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순간이 가장 기쁘다. 정리된 마음을 곱게 보듬고, 내친김에 원통보전까지 천천히 걸어가 본다. 번뇌와 회의는 평온과 확신으로 바뀌어 있다. 이 평화는 신앙과도 관계가 없다.
낙산사에서 내려오니 의상대 앞에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평온을 되찾았던 마음이 일순간 혼들린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시 한 번 음악을 꺼내 드는데, 명색이 산사행을 마치고 난 뒤라 중세 교회음악이나 옛날 사이키델릭 록 음악을 듣자니 뭔가 어색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리흐테르 의 <평균율>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만큼은 아무래도 귀에 바로바로 들어오는 우리말 가사가 좀 더 편하다. 김민기의 <봉우리>와 양희은의 <한계령>이 귓가에 흐르니 어색했던 마음이 조금 펴진다.
한 나라나 민족의 정서가 음악 속에 담겨 있다면 대중음악이든 전통음악이든 월드뮤직의 범주에 들어간다. 어떤 음악 을 월드뮤직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동서고금, 지역과 인종을 막론하고 인간 본연의 정서인 희 로애락을 담은 음악'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대신 여기에 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그 지역의 언어와 관습, 문화를 음악으로 담아낸 것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지역과 언어, 인종과 시대가 달라도 특정 지역 음악이 담아내는 그 지역 고유의 정서를 다른 지역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뮤직이라 부르고 있는 해외의 음악은 이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쿠바 음악이나, 포르투갈 파두, 현대 아프리카 가수들의 음악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수제천이나 판소리도 해외에서 말하는 월드뮤직의 범주에 들어가며, 서태지의 <하여가>나 7080세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김태곤의 <송학사> 같은 노래도 당당히 한국의 월드뮤직으로 소개될 수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영미권 대중음악, 일명 팝popular music이라고 부르며 즐겼던 음악은 월드뮤직으로 보지 않는데, 특정 지역 또는 역사적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의 정서나 문화가 배어 있다기보다 공통적인 정서와 형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한류 속 대중음악은 과연 세계 속의 월드 뮤직일까? 해외에서 월드뮤직을 구분하는 관점을 적용하면 요즘의 케이팝 K-pop은 한국인이 한국어로 부르지만 음악 양식이 영미권 대중음악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탈 국경 음악이다. 이런 음악 이 한국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한국의 월드뮤직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케이팝을 통해 한국에 대한 친근함을 느끼고, 우리와의 정서적·문화적 공감대를 느낀다면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미시령 터널을 통과해 인제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동안 김민기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시간은 좀 더 걸 릴지라도 구불구불한 옛길로 오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다음번에 다시 낙산사를 찾으면, 그때는 꼭 미시령 옛길을 오랜만에 지나가 보리라 다짐해본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길이 되어버린 강원도의 옛 고갯마루들은, 내려가라 하며 지친 내 어깨를 떠미는 일이 없다. 미시령도 대관령도, 그리고 한계령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악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 는 시간을 비춘 곡들이 더욱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류는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그곳은 봉우리가 아니다. 김 민기의 노랫말처럼.
김민기 / Past Life of Kim MinGi (킹레코드)
여섯 장짜리 콤팩트디스크 세트로 2004년에 발매된 김민기 전집. 초기 레코딩부터 뮤지컬까지 한국 가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예술가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침이슬>, <친구>를 포함해 <봉우리>, <백구> 등을 원곡과는 색다른 감동으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 출처 :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황우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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