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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자기 부상 열차에서 거잠포를 추억하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2. 20:25

자기 부상 열차에서 거잠포를 추억하다

드디어 운행을 개시한 자기 부상 열차를 타 보았다. 공항 밥을 먹는 사람으로 개통한 지 일주일이나 늦게 탔으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성용 형님의 제안이 없더라면 며칠 더 늦게 타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고  이렇게 날씨 좋고 쾌청한 날 노랑빛 선명한 열차를 탔다는 것으로 충분한 자기 위안이 되었다.

무려 6년 만이다. 2010년 2월 착공 후 2년여 만에 노선 건설공사를 완료하고 종합적인 시운전을 개시하였으나 시스템의 결함이  발견되어 문제점을 보완하느라 개통을 계속 연기하던 열차였으나 개통일마저 열차가 내려앉는 사고로 인하여 안전에 대한 의구 감은 여전히 남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부디 완벽한 운행을 해 나가길 바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앞으로 이 열차를 이용할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기도 하다.

열차는 2량으로 15분마다 용유역과 인천 국제공항역에서 출발을 하는데 연장 6.1Km 구간 안에 장기주차장 역, 합동청사역, 국제업무단지와 워터파크 역이 있어 총 6개 역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용유역에서 떠나는 열차에 올라 타니 주변의 풍경이 눈앞에 내려다 보이는데 음식점들과 횟집들의 간판이 정신없고 설날 연휴 막바지에 나들이 나온 객들과 차량들이 엉켜 어수선함이 눈에 선뜻 들어온다. 과히 좋아 보이는 모습들은 아니나 그렇다고 눈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윽고 열차가 부드럽게 속도를 내는데 관성의 법칙에 의해 절로 몸이 뒤로 쏠렸지만 금세 뒤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사라지고 우아한 속도감을 주면서 떨림도 없고 소음도 없이 부드럽게 주욱 앞으로 치고 나가는 그 느낌이 매우 좋다.

공항역으로 진행방향의 왼쪽은 풍경이 삭막하다 공사 중이거나 빈터들로 다음에라도 타게 되는 경우라면 그나마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겠다. 하지만 열차에 타는 승객 중에 앞뒤칸의 두세 명은 무인운행의 특성상 앞과 뒤쪽의 전망을 보며 갈 수 있어 마치 본인이 운전을 하는듯한 느낌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레일의 속도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행운을 맛보며 갈 수 있다.

 내가 용유역을 바라보는 감정은 남다르다. 이곳은 본시 '거잠포'라는 용유도의  한적한 포구였다. 원주민들은 지금도'거지미'라고도 부르는데 밤에는 고깃배가 몰려 거잠포구의 고깃배 불빛이 아름다워'용유 팔경'중' 거잠 어화'로 불리기도 했었다.

이십여 년 전 이곳에서 근무하며 마시란 바닷가에 피어 난 해당화의 아름다움에 취해도 보고 해변의 허름한 정자에서 윤 선장과 기관장들과 어울려 불콰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들이 삼삼한데 고인이 된 윤 선장의 집 주변은 온통 칼국수와 음식점들이 장터를 이룬 모양새가 되었고 '용유 역사' '네스트 호텔' '용유 차량기지' 등 눈앞에 보이는 모두가 고작 열몇 척의 어선이 너울거리며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수줍게 내 보이던 파란 바다를 막아 세운 곳이라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7년 전 어느 날! 용유에 대한 애틋함이 가슴에 치대던 그 느낌을  "龍 遊 回 想"이라는 글과 "덕교 포구 잔칫날"에 남겨 놓았다. 자기 부상 열차를 타고 오며 이 글들을 다시 꺼내 보니 감회가 새롭다. 2.10

용유회상(龍 遊 回 想)
https://alzade57.tistory.com/101       

덕교 포구 잔칫날
https://alzade57.tistory.com/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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