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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우봉다방엘 가다 본문
우봉 다방엘 가다
못난 아우가 퇴원했다고 성룡 형님께서 몸보신을 시켜 주셨다. 늘 그렇듯 집에까지 데리러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며 전성기가 지났어도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예전에 자주 다니던"삼원 일식"으로 자리를 했는데 벌써 오래전에 위쪽 상수도사업본부 자리 근처로 이전을 했다. 분위기는 먼저와 다름없으나 홀이 없어 단출하니 먹는 손님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민정누나도 함께 자리했는데 만난 지 벌써 오 개월이 훌쩍 넘었나 보다. 육십 줄들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유가 없음이 아쉽기는 하나 그리 궁상스럽지는 않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민어회를 주문하니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푸짐한 밑반찬이 나오고 찰진 회를 먹으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내가 근무지를 옮기고서 전화도 제대로 못하던 것이 후배로서 늘 마음에 걸려 그저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중간에 서비스하시는 분께 조그만 성의를 표했더니 고소한 민어부레 한 접시를 슬몃 얹어 놓는다. 본시 나올 음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그저 팁으로 공것을 얻는 듯한 이런 기분을 오래간만에 느껴 보았다. 이어 별도의 회 한 접시 그리고 스시와 생선구이 그리고 새우찜과 새우튀김에 이어 민어 지리로 긴 식사자리를 마감하였다. 갓 퇴원한 몸이라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달달한 소주 한잔을 마실 수 없음이 그간 허투루 살아온 삶에 대한 벌인가 싶었다.
밖으로 나오니 따가운 늦봄의 햇살이 온몸을 데운다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형님께서 보건소 앞에 오래 된 '우봉다방' 으로 안내한다, "우봉 다방"은 인천물을 제대로 먹은 사람이면 잘 아는 오래된 가게의 하나이다. 나는 우봉 다방의 번성기 시절에는 한적한 옆구리 동네에서 근무하느라 제대로 들를 기회가 없었지만 혹시 갈 수 있어도 가면 안 되는 그런 곳이었다. 시청과 구청의 국.과장이나 법원의 판.검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미관말직이 여유로이 차 한잔 할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방에 들어 서자 여사장이 형님을 단밖에 알아보시며 연세에 걸맞지 않게 환대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해 보인다. 형님은 용동마루턱시절이 아닌 남구청 시절에 단골로 다니신 것 같은데 이삼십 년 전의 뜨악한 단골을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알아 뵙는 기억력에 놀라고 찬찬히 차 한잔 마시며 옛 얘기들을 풀기 시작하자 그 또렷한 기억력에 다시금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기사 인간관계에 대한 기억이니 쉬 잊을 리 만무이지만 벽에 걸린 서화들과 작가와의 인연과 만남들은 여사장의 삶과 궤를 함께 했을 터이니 그대로 처음처럼 생생할 터이고 더러는 생을 달리하고 더러는 지금도 이곳을 찾아 그네들만의 찬란했던 옛 시절을 반추하며 지내고 있다고 하니 오래된 가게만이 지닐 수 있는 넉넉한 장점이라 하겠다.
용현동 김 원장께서도 매주 월요일이면 교회분 십여 명과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 단골이라 하시고, 정 기자에게 털어놓았던 얘기들도 되새기고, 도화동 선배 민 승기형의 스승, 송석 정 재홍 선생의 인품에 대한 말씀과 현역 시절 자신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자 내 이름을 표기한 작품 하나 건네 주신 국전 전각가 전 도진 선생과 그의 스승이신 동정 박 세림 선생께서 걸어 놓은 작품에 대한 설명도 듣고 인천의 화가 황 추 선생의 그림과 그 자손의 얘기까지 인천의 어른들과 그 주변 일상을 조곤조곤 풀어놓은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봉 다방에서는 서화와 오래된 얘기가 당연하지만 또 하나하나 눈에 띄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에야 당연한 듯 어느 다방의 카운터에 놓여 있던 아크릴로 만든 티켓판인데 거의 모든 다방들이 카페로 바뀐 지금은 시골 면단위에서도 희귀할 저런 티켓판을 볼 수 있을까 싶다. 그 희귀함에 주위의 단골들도 너도 나도 달라고 애원도 하고 달래도 보곤 한다는데 오래전 희극인 백 남봉이 우봉 다방엘 들렀다가 저 티켓판을 달라고 한지 얼마 뒤 돌아가셨다는 에피소드까지 털어놓는다.
사실 오래된 저 아크릴로 만든 티켓판이 얼마만 한 가치가 있을까마는 인천의 한 시대를 가르며 지나는"우봉 다방"이라는 공간에 긴 세월을 함께 한 시간적인 면이 그대로 티켓판의 위상을 올려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사장의 인천과 인천사람들에 대한 추억거리가 촘촘하다. 한 곳에 잠겨 있기에는 아쉬운 얘깃거리들이라 저렇게 조근거리며 풀어 낼 수 있을 때 한 종지씩 담아 놓아야 할 터이다. 그렇게 조금씩 모이는 사연들이 인천의 얘깃거리가 되고 더 긴 시간과 세월에 농밀하게 익다보면 야사와 역사의 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을뻔한 삶을 연결시키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엮어 이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한 지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때에도 덧사는 삶을 제대로 살아 보고자 마음을 먹었으나 차츰 시간이 흐르며 교만스러움과 나태가 일상화되더니 결국 나의 삶에 두 번째 페널티를 안기면서 인하대 병원에서 막혔던 심장의 동맥을 뚫는 시술을 하고 다시금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술 담배를 끊고 건강에 신경 쓰겠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없다. 술 담배를 끊고자 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희석되며 스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세 번째는 그치지 않을 것임을 절실하게 자각해야겠다. 삶과 죽음은 숨 한번 더 쉬느냐 못 쉬느냐의 차이임을 알고 있으며 레드카드를 받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인지상정이니까! 다만 내 의지가 얼마나 어디까지 견뎌줄까 그것이 문제로구나.
2016.5.18 그루터기
1974년작 황 추 作
검여 동정 송석등과 함께 인천서예술계의 원로인 무여 신 경희의 작품
매화는 알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송석 정 재홍
돌속에 차향기가 있다. 동정 박 세림, 자유공원 석정루의 현판과 용동큰우물의 현판을 을 쓴 서예가
도화동선배 우보 민 승기형의 스승 송석 정 재홍의 작품
전서체의 작품은 우초 장 인식 선생의 작품이다.자유공원 석정루의 현판은 서예가 동정 박세림 선생이, 현액은 우초 장인식 선생이, 제물포 고등학교의 최승렬선생이 '기림'이란 제목의 제영을 남겼다.
수많은 단골들이 탐을 내는 티켓판에 세월이 지난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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