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본문

내이야기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2. 21:23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제주 여행의 귀로에서 주인공이 남녀의 사랑, 그리고 가족을 향한 진정한 깨달음을 고백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의 이 대사 " Yes, You Complete Me!"가가 실린 잡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톰 크루즈가 성공을 향해 바치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한 여자와 아이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심중을 토로하는 "Yes, You Complete Me -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라는 대사를 풀어놓은 짤막한 글에서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 기억나며 무의식적으로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공로연수라는 타이틀로 인해 혼자 떠날 수밖에 없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을 김 정원이라는 에디터가 일깨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여행지에서 좋은 것을 보면 가족의 얼굴이 떠 오르고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채워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함께 하고 싶기 때문에 사랑이 아닐까요"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지요..

몇십 년 같이 살아 이제는 잠시 떨어져 생활하는 것쯤은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맛난 음식을 먹으며 멋진 풍경과 화려한 공연을 보면서 이 좋은 것들을 함께 먹고 함께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마음속에 들어서는 것이 부부간의 심정인가 봅니다.

세상여행을 다니던 젊을 때는 그리 못 느끼던 감정이었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레 깨우쳤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이런 여행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고 찬찬히 느낄 수 있었지요.

앞으로 우리 부부가 마음 편하게 얼마나 여행을 다닐지 모르겠으나 둘의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꼭 손을 잡고 여기저기 함께 다녀야겠습니다. 물론 아내가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은 흔쾌히 다녀오라 해야겠지요.. 수 삼 년 전부터 친구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공감하면서부터 거의 모든 모임들이 부부동반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 대세라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반 모임과 여행으로 다닐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래전 연말 모임에서 동창 녀석이 스쳐 지나듯이 뱉으며 하던 이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친구야 우리 앞으로 건강하게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당시에 이 말을 들으며 앞 뒤 말 뚝 자르고 건강하게라는 말만이 푹 가슴에 찔렸습니다. 당시 내가 건강을 잃었다 살아 난지 얼마 안 되었으며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는 모임이라 몇 번이라고 얘기하는데 자신이 없었는데 그 말은 이태뒤에 친구 하나가 저 세상 사람이 되면서 참 아린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아내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심근경색으로 시술을 받고 나서부터 부쩍 그런 생각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십 년 전에 죽었다 살아났을 때 느끼던 마음이 다시 되살아 나는 듯 해 더욱 그렇습니다

그때 이후에 덤으로 사는 삶이라 생각하면서 정말 많은 곳을 여행 다녔고 아내는 아내대로 각종 모임을 활발하게 하면서 견문을 많이 넓히고 있어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둘만 아니라 가급적 아이들과도 함께 여행을 가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둘만의 추억을 되새겨 볼 사진도 넷이 함께 찍은 사진마저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모릅니다.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해 빠진 머리카락의 빈 공간 때문에 사진 찍는 것을 기피해서 그랬는데 이제는  모자라도 쓰며 함께 찍은 가족사진들로 추억을 남겨 놓아야 하겠습니다. 여행의 추억을 함께 하다 보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서로를 완성시키는 그런 다정한 가족이 되어 갈 테니까요.. 그렇게 살다 보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믿습니다. 

2016.6.15 그루터기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길의 가을  (0) 2022.12.12
병자년에 방죽이다  (0) 2022.12.12
우봉다방엘 가다  (0) 2022.12.12
자기 부상 열차에서 거잠포를 추억하다  (1) 2022.12.12
첫눈이 온다  (0) 202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