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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달과 하얀종이

김현관- 그루터기 2025. 4. 13. 01:23

달과 하얀종이

나는 지금 달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둠의 바탕이 있어야 하얀 달이 뜬다.

나는 지금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얀 종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흰 바탕이 있어야 검은 글씨가 돋아난다.

달을 보려면 어둠의 바탕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책을 읽으려면 백지의 흰 바탕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려면 밤하늘과 정반대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 검은 별들이 반짝일 때 밤하늘의 하얀 별들이 성좌를 그린다.

지금까지 나는 그 바탕을 보지 않고 하늘의 달을 보고 종이 위의 글씨를 읽었다. 책과 하늘이 정반대라는 것도 몰랐고,문자와 별이 거꾸로 적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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