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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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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복중잡설 / (伏中雜說)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5. 13:10

복중잡설 / (伏中雜說)

불암산 아래 사는 친구가 두 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동인천을 찾아왔다. 간간 친구를 찾아 인천으로 오는 정성이 고맙다. 내일이 복날이라 미리 복달임 음식 먹을 양으로 동인천에서 유명한 '인현 삼계탕'에 들렀는데 준비한 닭이 다 팔렸단다. 근처에 있는 '꾸지봉 삼계탕' 집을 찾았는데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꿩'이라 해도 될 정도로 닭이 크고 맛도 좋아 앞으로는 이곳과 '서문통닭'집에서 복달임을 해야겠다.

복날이면 몸보신 음식들을 해 먹는 게 우리네 식습관인데 그중의 대표 음식이 닭과 보신탕, 그리고 수박이라 할 수 있다. 보신탕 하면 단박에 오래전 돌아가신 동석형이 떠오른다. 보신탕을 먹지 못하던 시절 무시로 '동아제분' 옆의 '초원집' 에 데리고 가 보신탕을 먹어 보라던 동석형의 짓궂음 때문에 깊은 결기로 맛보기를 시작한 것을 기화로 지금은 아주 즐기지는 않더라도 주위분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동석형 덕분이다.

얼마 전 예전 동석형과 간간이 다니던 카페엘 들렀는데 카페 주인이 오래전에 동석과의 옛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불현듯 그 시절의 형이 그려진다.. 엊그제 헤어진 듯한데 벌써 10여 년이라, 시간이 흘러 점점 잊히고 있는 형을 생각하니 애잔함과 미안함이 가슴에 다가온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수원에 사시는 큰 외삼촌댁에 들렀는데 숙모님께서 점심상에 소고깃국을 차려 주었다. 연신 맛있다며  게걸스레 먹어 대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던 숙모님의 속셈을 모르고 다음 날까지 소고깃국과 수육을 푸짐하게 차려 준 숙모님이 고맙기만 하였다. 그냥 그렇게 모른 채 지나면 좋을 것을 오산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가려는 나를 붙잡고서 굳이 보신탕이라 알려 주시며 깔깔 웃는 숙모님의 짓궂은 모습이 왜 그리 원망스러웠던지.

우리 집 애들은 보신탕을 안 먹는다. 아예 얘기 자체를 꺼내지 못하게 한다. 특히 큰 애의 강아지 사랑은 무조건적이라 큰 애 앞에서 보신탕 얘기는 입도 뻥긋하질 않는다. 큰애의 초등학교 시절 복날에 장난 삼아 소고깃국을 보신탕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아이가 밥숟가락을 든 채로 대성통곡하는 것을 보고는 아예 보신탕이라는 얘기 자체를 안 하게 되었다.

복날은 전국의 수많은 견공들과 닭들이 인간들의 몸보신을 위해 비명횡사를 하는 날이다. 다행히 근자에는 인식들이 변하여 보신탕을 즐기는 이가 줄었다는 뉴스를 듣자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름철만 되면 보신탕이 위생적이지 못하네 여기저기에서 떠들어 대는데 어릴 적 동네 추녀에 전깃줄에 개를 매달아 몽둥이로 패 죽이는 번들번들한 눈의 동네 아저씨가 왜 그렇게 잔인해 보였는지 그 당시의 욕지기가 지금도 기억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개를 잡아먹는 것은 어차피 고래로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네 식습관인 것을.. 판매 금지시키지 않을 것이면  아예 도축 허가를 내 주어 위생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복중의 잡설이다.

202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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