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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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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짦은 이야기

애기똥풀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26. 01:12

애기똥풀

 마누라 심부름으로 제일은행에 들렀는데
자꾸 나오는 뱃살이 거북해 모처럼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주인선 초입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쉬는 중에
이 아이가 얼굴 빼꼼히 내밀어 나와 눈 맞춤을 하더라

누구냐 물어 보았더니 그저 빙그레 웃는구나
집에 와 도감을 찾아 보니 애기똥풀이라

안 도현은 서른다섯에 서운함을 주었는데
나는 예순다섯에 이 아이에게 서운함을 주었네 

 

애기똥풀 / 안 도현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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