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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있을 때 잘하자! 본문
있을 때 잘하자!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얻어 듣는 말 중에서 꼭 자기를 두고 말하는 것 같고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지내 온 경험과 딱 맞아떨어져 자신도 모르게 공감을 하며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전문적인 심리학자들이 하는 강의라면 당연히 공감은 하겠지만, 무언가 포장된 말 같고 마음에 싸~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찜찜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보통사람의 평범한 삶이 묻어 나오는 말에는 동질성과 함께 신뢰성을 포함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인지 그대로 마음과 몸이 따라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평범한 부부들이 살아가며 집 안팎에서 느끼는 감정들 중 아이의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부분과, 첫 아이 출산 전, 후의 남편들의 무지와 무심함, 친정과 시댁, 본가와 처가라는 어찌 보면 서로 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구성 부분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를 타인에게 얘기할 때 그 공감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부부 당사자의 문제가 아닌 또 하나의 인간 매개체인 아이들이나 부모 형제들인 제삼자라는 인간 고리들이 연결되어 있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며 수다의 재료로 오르내릴 수 있겠다.
하지만 수다의 재료 중에서 부부 당사자 간의 애증이 포함된 다툼에 대하여는 수다거리가 아닌 대화의 자세로 변화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제삼자라는 연결고리가 아닌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모드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후배와 조촐한 술약속을 하고 집을 나섰으나 업무 때문에 조금 늦겠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미리 약속 장소로 가 있으마 했다.조금 이른 탓인지 두 부부로 보이는 손님들밖에 없었고 그 들은 이미 전주가 있어 조금은 시끄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할 일도 없었던 나는 그 들의 대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갓 장년에 입문한듯한 그들의 대화는 매우 재미있고 진지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매끄럽게 풀어 나갔다. 그들 삶의 한 구절이다.
약간 취한 남자 1의 표현을 빌자면 결혼 전 부터 지금까지 쉬는 날 없이 죽도록 일을 하여 이제는 좀 살만 하지만 앞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자신이 마련한 재물이 적은듯해 쉴 수가 없는데 자신의 부인은 놀아 주지 않는다는 푸념만 한다고 남자 2에게 넋두리를 하자,
남자 1의 부인은 결혼 후 10년이 넘도록 명절이나 휴일도 없이 일하는 남편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아빠를 이웃집 아저씨처럼 대하는 말투가 너무 싫다는 반론을 하여, 남자 2가 어떤 조언을 할까 귀를 세우고 있는데 느닷없이 여자 2가 나서서 말을 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가족보다 일이 먼저인 것을 당연하다고 착각을 한다. 물론 열심히 일 하는 것 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일 하는지를 알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안의 화초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물을 주어야 산다. 가족들이 특히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처럼 얘기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사랑의 표현과 다정한 말 한마디씩이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며 부인들도 마찬가지다 "
참 속 시원한 말이다. 박수를 받을만한 말이었다.아주 평범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이 꼭 새겨 들어야 할 말이었다 우리네 남자들은 자기 아니면 회사나 조직이 안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산다. 자기가 회사나 조직의 중심인 줄 안다, 물론 중심이 되는 구성원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 중심들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현명함을 가진다. 저렇게 가족에게 원망도 안 듣는다.
불행하게도 나 역시 남자 1과 같은 부류였다. 20여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아비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훌쩍 커 버린 두 아들과 남편의 다정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듣고 시커멓게 타들어간 속과 그 속을 두들기는 주름진 아내의 손뿐이다. 다 늦게 삶의 방법을 깨 닫고는 아내에게 속죄하며 아이들에게 자상하고자 하지만 이빨 빠지고 발톱 빠진 호랑이는 되려 보호를 받아야 할 토끼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더욱 남자 1과 같은 사람들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 해 주고 싶다.
우리는 살아온 추억을 그리워 한다.그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추억의 자리를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온 날 들이 살아갈 날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커갈 때는 아빠의 빈자리가 매우 크지만 그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이미 아빠가 만들어 줄 아이들의 자리는 매우 적다. 부부간에는 추억의 자리가 시작되는 날부터 아낌없이 끊임없이 사랑의 표현을 해야 한다. 나이 들다 보면 정열도 차츰 스러진다. 사랑의 정열을 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 있을 때 잘하자!.. 200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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