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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금 연 본문
금 연
어제저녁 " 화도진도서관"에서 "인천학 강좌" 를수강하고 벤치에 앉아 내 인생에서 다시는 맛 보지 못할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열한 살 무렵에 덜 꺼진 재떨이의 꽁초를 몰래 피워보고 콜록대던 일과, 어쭙잖은 치기로 학교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키득대며 피워보던 사춘기의 추억들, 그리고 무상으로 지급되던 화랑담배 덕분에 계속되던 나와 담배의 인연을 생각해보며 무심한 담배연기를 허공에 흘려보냈다.
요즈음 술 좌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안 피우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피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좌석에서 담배를 피워 물기가 꽤 조심스러워져
"아! 이 참에 담배나 끊어 볼까~" 하며 맘에 없는 흰소리를 하며 불을 붙이기도 한다.
다 알다시피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다. 금연을 한 이후 나타나는 금단현상을 이겨내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금연을 한 사람하고는 상종하지 말라고 했을까! 보통사람이면 이겨내기 힘든 금단현상을 견뎌낸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우리 집은 담배로 인한 병력을 가진 집안이다. 일찍이 홀로 된 할머니께서는 노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셨다는데 원래 건강이 안 좋기도 하였지만 결국 폐질환으로 돌아가셨고, 하루에 두세 갑씩 독한 담배를 태우던 아버님께서도 70 연세를 못 보고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그쯤에서 멈추었으면 좋으련만 나 역시 기관지질환으로 큰 고비를 넘긴 터라 건강을 되찾고부터는 아예 담배를 피우질 않았는데 몇 달 전부터 한 대 두 대 피워 물다 술 좌석에라도 합류할라치면 꽤 많은 양의 담배를 피워대는 통에 스스로도 덜컥 겁이 나는 판이다. 아직까지 무리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면 안 되겠다 마음을 다지고 이 번에는 아예 죽을 때까지 끊어보리라 작정한 터이다.
나는 삼십 년 넘게 담배를 피우며 두 번 금연을 시도해 보았다 첫 번째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며 깨우침을 받고 약 이 년간을.. 두 번째는 몸이 안 좋음을 알고 일 년여 금연을 하였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금연을 하고 나서 다시 피우지 않으려면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주위의 도움과 환경이 필요하다.
첫 금연에 실패한 중요한 이유는 당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와 얼굴만 보아도 의례적으로 담배를 권하는 주변 환경 때문이라 볼 수 있고 두 번째 역시 장난스럽게 계속 담배를 권하는 직원 덕분에 한 개비만 피워보자던 방심이 큰 이유가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내가 담배를 아예 끊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큰 애 때문이다. 큰애는 군대를 다녀오고 담배를 본격적으로 피운다. 그것도 아주 독한 담배를 꽤 많이 피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집은 삼대가 기관지 질환의 병력이 있어 큰 애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얼마 전 방에 앉혀놓고 차근차근 얘기하며 아비와 함께 당장 금연을 하자며 제안을 하였다. 거의 일방적인 아비의 제의에 다소 망설이던 큰 애는 기특하게도 내 생일을 기점으로 자기의 금연을 선물로 드리겠다며 동의를 해 주었다.
어제가 바로 내 생일이었고 오늘부터 부자간에 합의된 금연 개시일이다. 물론 단박에 담배를 끊어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이지만 설혹 다시 피운다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는 못할 것이다. 아비만 수십 년 즐기고 자식에게 끊기를 강요하는 것이 불합리한 면이 있으니 스스로 나와 같은 깨달음을 하루빨리 느끼기를 바라는 게 순서일 듯싶다.
담배의 해악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알면서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인간의 나약함이니 그마저 아비가 무어라 하기는 힘듦이리라. 이제 당분간 부자간에 금연의 큰 고통을 함께 나누게 생겼는데 당연히 끊을 것처럼 말하는 나와 아들의 입장이 반대가 되면 어쩔까?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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