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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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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 피천득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 바늘잎도 연한살결 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득료애정통고 得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사랑하는 사람의 정을 얻어도, 또한 잃어도 고통뿐이구나!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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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지중해가 담긴 유리잔 너머https://youtu.be/YUy_fI5mD7E?si=Zl3y-M0iCvWCSPbC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의 텅 빈 거리에서의 소요 Riot On An Empty Street (2004년) 해가 길어진 이 계절, 새벽은 보다 일찍 찾아와서 날을 꼬박 새버린 시간의 틈바구니에 나를 몰아넣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본의 아니게 일찌감치 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알고 보면 여름은 겨울의 다른 이름이고 동생이고 뒷모습입니다. 침잠하고 저장하여 얻은 묵은영양분의 섭취가 끝나자마자 모든 사물과 인간으로 하여금 밝고 투명해지도록 재촉하는 자연의 너털웃음일지 모릅니다. 그늘에게도 고단함이 있을 것이기에 칠월의 하얀 햇볕을 잠시 빌려줍니다. 볕은 또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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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아침부터 10킬로를 뛰다니..점심 무렵이 다 되어 가는데 큰아이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는데 무언가 심상찮다. 밝은 녹색의 끈에 매달린 조각피자 반조각처럼 생긴 동메달을 하나는 목에 걸고 하나는 손에 쥔 모습인데 손과 메달만 덩그러니 찍힌 사진이라 '이게 뭐야' 라며 확대를 해 봤더니 '양천문화원' 주최 마라톤대회에서 획득한 메달들이었다. 애매한 사진에 황당해하던 차에 단박에 상황을 알 수 있는 사진 3장을 보내면서 부연설명을 하여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다."녀석 힘들텐데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센스를 보여 주는 것을 보니 이제 장년태가 슬슬 풍기네"토요일 아침부터 단축마라톤 10킬로를 뛰고 나서 완주기념 메달을 받았다는데, 즐기던 자전거도 근래에는 별로 안 타던 아들과 며늘애가 뜬금없이 10킬..
https://youtu.be/S_6GzA6Da-E?si=h8TIa4mmvkomH0kN 백학 (zuravli) - 이오시프 코브존 러시아의 가요 백학(Crane). 러시아어로는 백학을 주라블리(zuravli)라고 한다. 백학은 구 소련(현재는 러시아)의 라술 감자토프가 쓴 시(詩)에 얀 프렌켈이 작곡(作曲)하였다. 본래 소련이 아니라 체첸을 위한 시와 노래라는 설이 퍼지기도 했으나 라술 감자토프가 태어난 다게스탄 공화국은 체첸과 다른 나라이며 2차 세계 대전 때는 소련군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독일에 대항해 싸운 전사였다. 감자토프의 시(詩)에는 그 행간에 피에 물든 아픔이 짙게 배어있다. 독일과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겪은 뒤 이 시를 지었다.원곡은 소련의 국민가수 마르크 베르네스가 불렀으나 1969년에 그..
오늘 하루,아침에 일어나면 보리차 한 잔에 장모님이 매번 챙겨 주시는 프로폴리스 추출물이 담긴 알약 2알과 셀레늄 1알 그리고 지난번 우리 집에 왔을 때 막내처제가 슬며시 손에 쥐어 준 오메가 3와 듀얼비타민이 들어 있는 알약 2알을 털어 넣고 집사람이 책상에 놓아둔 비타민C 과립액을 먹고 난 뒤 지난달 백내장 시술하러 안과엘 갔다가 아직 시술을 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처방해 준 점안액을 양쪽 눈에 서너 방울씩 점안하고 하루를 시작한다.어제는 오전에 잠시 보슬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반짝 하늘이 파래서 큰 애가 구름 한 점 없는 정서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하늘을 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지만 나이 들어 갈수록 하늘과 구름과 꽃이 피고지는 자연현상을 느끼며 감정이 오르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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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와 소다빵 / kwangsoo think 2 요즘 길을 걷다 보면 한때 완전히 사라졌던 뽑기 아줌마, 아저씨들이 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이십 원이던 뽑기'가 지금은 오백 원으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나는 뽑기 아줌마, 아저씨를 볼 때마다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어렸을 때처럼 침 발라서 열심히 뽑기를 뽑는다든지,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바늘로 심혈을 기울여 뽑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두세 개쯤은 금방 해치워버리고 반나절동안 입안에 단맛이 떠나지 않아 고통스러워한다. '뽑기'에는 별을 눌러 찍어주거나, 모자를 눌러 찍어주는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뽑기 아저씨 천막 안에 들어가면 주인아저씨 전용 연탄불이 하나 있었고, 바로 옆에는 우리들처럼 코흘리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