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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Moonlight - Viper 본문
Moonlight - Viper
어릴적에 우리는 이 음악의 원곡을 "월광 소나타"라고 배우며 들었다.
"月 光 " ~ 달빛이라 할 수 있는데... 달빛소나타라고 읽다 보니 이십여 년전 같은 이름의 개그프로 이름이 생각난다. 이 경래라는 어설픈 도둑과 그의 아내 이 경애의 담장 대화 장면의 그 달빛.. 전등으로 분한 달빛이지만 그 개그를 보면서 어릴 적 살았던 담십리의 꺽어진 골목 어귀의 전봇대가 생각 나곤 했는데,
이 표제는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당시의 평론가 루트비히 핼슈타프가 이 작품의 1악장을 가리켜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 물결 사이로 흔들리는 작은 배"라 비유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라는 시적인 감각의 설명을 보면 달빛 소나타에서 도둑을 끄집어 내는 나도 참 한심한 녀석이다.
하지만 비유는 비유일 뿐이고 어릴 적엔 콜탈 묻힌 통나무 전봇대위로 무심한 듯 허옇게 떠 있던 괴괴한 달빛을 보면서 음은 모르지만 달빛이라는 개념만 알았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떠 올리곤 했었다.그 상상에 음악을 대입 시켰으면 음악가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이고,그 상상에 싯귀를 읊조렸으면 문학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전봇대위의 달빛을 보게 되는 날은 늘 아버지의 술 심부름 다녀 오는 날 이었고,전등아래에서 주전자속의 막걸리 한 모금 마시느라 목을 제끼는 중에 보이던 달빛이어서 상상은 그저 흩린 막걸리 방울속으로 녹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음악이나 문학은 개뿔..그 때부터 모주꾼의 자격 하나는 번듯하니 갖추게 된 셈이다.
바로 우리 어릴적엔 이렇게 몰래 먹는 술이 맛있다는 진리를 본의 아니게 술꾼 아버지로부터 전수 받았던 사람들의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지금이야 주전자들고 술 사러 다닌다는 얘기를 하면 그런 시절이 있느냐는 젊은 친구들이 있지만 불과 삼십년전만 해도 주전자술뿐만이 아니라 잔술도 팔고 개피담배도 팔았었다.다같이 어려움속에 살던 서민들의 살아가는 한 방편이었다.
이제 주전자술 심부름을 시키던 술 취한 아버지도 저 세상에 가 계시고 한 숨 쉬며 술상 차리던 어머니마저 그 기억들을 모조리 잃은 채로 송도의 한 병원에서 맑게 웃고 계시는 중이니 긴 세월이 주는 격세지감이라 하겠다.지금의 내 아이들은 술 심부름을 시키기보다는 함께 마시며 위로 받을정도의 나이가 되어, 근간에 제물포의 이층집 호프집 창가로 떨어지는 그윽한 달빛 아래에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편곡한 Viper의 Moonlight" 를 들으며 건배를 해야겠다..
2014.11.28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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