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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올해 처음 핀 이팝나무 하얀꽃을 바라보며 본문
올해 처음 핀 이팝나무 하얀꽃을 바라보며..
지난 주만해도 그저 초록잎만 무성하더니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자 일찍 개화한 서너그루의 이팝나무가 천지간을 시리도록 희게 비치고,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파르라니 울고 있었다.
옆에 있던 세영이에게 "얘 저 이팝나무 꽃잎 좀 봐라" 했더니 대구집에 다녀 온 무덤덤한 머스마 왈! " 아랫 동네는 벌써 지고 없습니더"..
'그래, 아랫 동네에 지고 없어진게 이팝나무 흰 꽃잎만이었으면..이리 섧지도 않을 걸!피어보지도 못한 저 많은 숨결들을 왜 저리 야속하니 거두어 갔을까!'
부러 T.V를 안보려 해도 여기저기 세월호 얘기로 들리는 울음소리와 탄식과 분노에 연고도 없는 나마저도 꾸역꾸역 솟아 오르는 눈물을 훔쳐내기 바쁘게 아프거늘 생때같은 자식을 바닷속에 묻은 억장 무너진 부모들 심사야 말해 무엇하랴!
"그동안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는데,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어느 부모가 피눈물로 분향소에 써 놓은 저 글을 보며 무슨 말로 위로하며,위로한들 그 마음이 가라 앉을 수 있을까!
이팝나무는 보리고개가 있던 어려운 시절!아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강냉이를 먹이고 주린배를 움켜잡던 엄마는 누가 볼새라 몰래 산자락에 피어있는 이팝나무 꽃잎을 한 웅큼 털어 넣으며 허기를 달래는데,그 모습을 보게된 아이들은 엄마만 하얀 이밥을 먹는다고 칭얼댔다는 아픈 사연을 끌어 안고 있는 나무이다
행복은 가고 가난만 남았다는 저 부모는 아이만 살아 온다면 이팝나무 꽃잎을 억겁의 세월이라도 먹어 가며 살아 간다 할텐데.. 바람에 파르라니 울고 있는 하얀 꽃잎의 떨림이 유난히 애잔해 보이는 게 그래서인가 보다!
2014.5.12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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