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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팔씨름과 여자 친구 본문

내이야기

팔씨름과 여자 친구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1. 01:41

 팔씨름과 여자 친구

 남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지만 옛날에 팔씨름으로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가을로 넘어갈 무렵이다. 여름방학 때 인천 집을 다녀오며 집안 형편이 안 좋아지는 분위기를 확실하게 느꼈다. 한참을 혼자 고민한 끝에 결국 대학 가기를 포기하고 실업학교로 진로를 정했다. 그렇게 맘을 잡고 나니 묵지근하고 답답하던 심신에 평안함이 찾아온다. 내 실력이면 어느 실업계도 들어갈 수 있으니, 굳이 공부를 더 하지 않아도 되어서이다.

헌데 바로 그 시기에 한 반 친구 인식이가 서울대생이 가르친다면서 내게 과외를 함께 하자고 꼬드겼다. 이미 공부에 관심 없던 나는, 말은 고맙지만, 형편도 안 되고 해서 과외비도 못 낼 테니 다른 친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하나 이 친구는 나는 과외비 안내도 된다고 선생님이 그냥 데려 오란다며 거듭 함께 하기를 청하였으나 미끼 노릇도 싫고 해서 시큰둥 한 표정을 짓자 , 지금 예쁜 여학생이 와 있을 테니 그냥 오늘은 자기 집에 가서 놀기만 하자며, 한사코 자기 집으로 끌고 갔다. 그 친구의 집에 가서야 알았지만, 과외 선생님은 그 친구의 친형이었다.

 그날 일찍 와 있던 조 혜정 (가명) 이와 첫 대면을 했고, 그게 그날의 수확이었다.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청초롬 하고 단아한 자태가 계속 곁눈질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인상이었다. 결국 인식이와 그 형의 능글맞은 공작에 넘어가 버린 나는, 그로부터 달포 간 과외를 다니게 되었다. 며칠 후 바로 팔씨름 사건을 계기로 서로 스스럼없이 다가서게 된 두 청춘은 아주 편한 친구로 이 년여를 사귀게 된다. 그 동기가 아주 재밌다.

 인식이는 나보다 약간 체구가 크고 골격도 크다. 힘자랑도 꽤 하는 편이었고, 집에는 아령과 역기가 있어 항상 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인식이 집을 들락거린 지 삼 사일 지나자 예의 그 힘자랑이 시작되더니, 느닷없이 내게 팔씨름을 하자며 덤비는 것이었다. 내가 팔씨름을 꽤 하는 편인 것을 학교에서 봐서 알 텐데, 혜정이 앞에서 꼭 날 이겨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국 생각지도 못 한 팔씨름을 하는데 순간적으로 잔머리가 돌아간 나는, 엉뚱하게도 멀쩡하게 앉아 있는 혜정이와 사귈 수 있는 권리를 이긴 사람에게 주기로 내기를 하자고 하였는데 앞 뒤 안 재던 인식이가 쾌히 승낙을 하였다. 당사자의 의견도 안 물어보고 진행된 팔씨름은 장난인 줄 아는 혜정이가 심판을 보고, 결국 그 팔씨름을 내가 이기게 되었다. 이기고 난 후 말도 안 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내게 혜정이는 내 손을 잡고 흔들어 주며 환한 웃음과 함께 친구 됨을 선포하고, 난 인식이의 질투에 찬 일그러진 얼굴 모습을 보아야 했다.

 멍청한 친구! 나도 남자지만 참 남자란 동물들은 단세포 적이며 감정적인 면이 많아 손해 보는 일도 많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자기가 맘에 들어하던 혜정이와 잘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자신의 못 난 모습도 보이고 여자 친구도 빼앗기나 말이다. 화는 왜 내고., 결국, 그 팔씨름은 나와 혜정이가 아주 가까워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인식이의 질투 섞인 철없는 행동과 밴댕이 같은 모습이 보기 싫어 달포만에 과외를 그만두고 나와 버렸다. 별로 필요도 없는 과외는 혜정이 보는 낙에 다니긴 했었지만, 밖에서 만나려는 꿍심에  미련 없이 나와 버렸으나 실질적으로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과외 끝나고, 늦은 시간에 들어가 숙모에게 곁상을 차려 달라는 얘기가 하기 싫어서였다. 

아무튼 혜정이는 송곡여고로 입학하였고, 공고로 진학하려는 내게 학교에서는 인문고를 자꾸 떠다밀었으나, 집안 형편을 제시하며 막무가내로 버틴 내 고집을 꺾진 못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고2 때 혜정이 집에서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교제를 끊을 것을 얘기 들은 후로 영영 헤어지고 말았다.

 “ 대학이 뭐고 , 공부가 뭔지 ”........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수없는 도전 끝에 처음 팔씨름을 이겼다. 아버지는 수 십 년을 철공 일을 하셔서 팔 근육이 매우 발달하셨다. 젊으실 때는 기계체조로 안마와 평행봉을 하셨던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이겼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 후 팔씨름을 하자는 말씀이 없으셨다. 지금 내겐 12월 제대하는 큰 아들과 고 1 짜리 작은 아들이 있다. 두 놈 다 아직까지 내게 팔씨름을 못 이기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요즘 아이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 일게다. 나도 언젠가는 두 녀석들에게 팔씨름 질 날이 올 텐데, 그때는 아버지처럼 그냥 모른 척 넘어가 버리고 말아야겠다.

 팔씨름참 재미있는 놀이다.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 암스트롱 ”이 팔 힘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은 성씨 라던데, 팔씨름도 재미있지만 “ OVER THE TOP "이라는 팔씨름 영화를 만들고, 팔 힘 좋다는 것으로 성씨를 짓는 미국인도 참 재미있는 인종들이다. 2006.10.21 저녁 무렵

 

노래 

석바위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 암스트롱,,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재미있는 종족이고 아주 많이 웃기는 종족이죠,ㅋ~ 결혼을 일찍 하셨나 봅니다, 저렇게 큰 아드님이 다 있으시고요. 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군요.^^ 저희 아이들도 서로 9년 터울입니다.^^ 제 남편도 팔씨름 잘하는데요, 되길 동료들을 다 이깁니다. 저희도 아들이 아버지를 아직 못 이기는데, 힘 부족 이어서라기보다는 아마 요령 부족이어서 그러지 싶은데요.^^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선배님,^^ 좋은 나날들 되세요~^^* 06.10.22 05:41

석바위 

고맙습니다. 읽어 주신 것만으로 도 행복합니다. 하루빨리 아들놈들이 날 이겨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저씨의 정력에 파이팅을 보냅니다. 06.10.23 19:55

 john

팔씨름이라면 난 꼭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놀이의 종류가 많지 않은 우리 문화.. 할아버지와 손자가 뭘 하고 놀까요... 그래서 우린 날 팔씨름을 했습니다... 06.10.22 16:33

 석바위

아버님이 4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진도 없어 전 할아버지 얼굴도 모릅니다. 외할아버지는 너무 근엄하셔서 말도 제대로 말도 못 부쳐 봤고요 그래도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그러워집니다. 06.10.23 19:57

 arte

석바위님, 감사합니다... 즐거히 읽었습니다......^^* 06.10.23 12:41

 석바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종종 글을 올려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06.10.23 19:58

 주фㅂ ㄹ 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팔 힘이 강해지나요? 06.10.23 20:06

 석바위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팔힘이야 단련하기 나름이겠죠. 새삼스러울 것은 없을 겁니다. 그냥 즐기시지요 ㅎㅎ  06.10.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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