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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자이안트(GIANT) 본문
자이언트(GIANT)
"자이언트" 하면 우선 끝없는 대평원과, 쏟아져 내리던 석유 비!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정말 잘생긴 배우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 "그리고 "에리자베스 테일러"를 떠 올리게 한다. 특히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과 "이유 없는 반항"에서 우수 어린 눈빛과 거친 반항아적 이미지로 단지 세편의 영화에서밖에 만날 수 없었지만, 24살이란 젊은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요절을 하며 만인의 연인으로 남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자이언트"에 대한 이미지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이언트"는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인천의 신포동 "외환은행"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자이언트"라는 상호의 술집에 대한 얘기이다. 술집"자이언트"는 20여 년 전 "가톨릭회관" 맞은편 육교 계단 밑에서 통닭집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통닭집으로 보다는 저렴한 안주와, 유독 다른 곳에서는 안 파는 4홉짜리 맥주를 팔아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던 봉급쟁이들의 2차 장소로는 아주 입장이 딱 맞는 곳이었다.
조금 지저분한 게 흠이었지만... 게다가 올챙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주인이 먼저 와 달라고 손을 내 민 곳인지라, 주당인 내 입장에서는 외상까지 그을 수 있는 금상첨화의 2차 장소였던 것이다 한창 시절에는 거의 매일 들르다시피 하며, 우리 직원들을 줄줄이 소개해주던 삐끼 노릇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테이블이 6개인 작은 가게는 매일 만원인 상태로 운영을 하며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어느날 ! 넌지시 나를 부르며, 옆집 화원을 인수하여 가게를 늘리고 싶다고 하길래, 장사 그만두고 싶으면 그러라고 말해 주었다. 적은 수의 테이블이기 때문에 모든 손님들에게 신경을 쓸 수 있어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는 거라고... 결국 장소를 옮기기 전까지 계속 그 상태로 알찬 영업을 하고 있었고, 여관을 인수했으면 하는 의중을 보일 정도로 돈도 꽤 번듯하였다.
"자이언트" 주인은 신기에 가까운 기억력을 갖고 있다. 동창인 광진이가 일 년여 만에 인천을 찾아"자이언트"를 재방문하던 날! 주인은 내 동창인 것은 물론 그날 앉았던 자리 하며, 입고 왔던 옷 색깔까지 기억해 내고 있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맥주 몇 병에 어떤 안주까지를 정확하게 말하고, 그 사실을 광진이가 입증해 주었다. 참으로 감탄을 금 할길 없는 천재적 상술의 기억력이었다.
하지만 항상 적은 테이블 수에 만족을 못하던 주인은 결국 명성 있던 옛 카페 "엘리쟈-벳" 자리에 둥지를 옮기고 말았다. 그렇게 반대했건만... 옮긴 이후에도 한번 단골 술집을 잡으면 좀처럼 옮기지 않는 보수적 집단인 우리 직원들의 지속적 발걸음으로, 그럭저럭 유지를 하는 것 같았으나, 꽤 많은 단골들이 빠져나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간을 그곳에서 영업하다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단란주점 식으로 노래방 기기까지 갖춰 놓고, 영업을 개시했다.. 그때도. 말렸건만 나이 든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우리 직원들의 습성은 화끈하게 아니면 조용하게 인데, 그곳은 그냥 얼치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곳에까지 우리 직원들의 "자이언트"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명퇴를 하고 신포동 쪽으로 거의 발길을 끊고 있어, "자이언트"의 근황을 잘 몰랐다. 최근까지도 1년에 서너 번 모임이 있을 때 예전처럼 2차는 "자이언트"로 가서 즐겼어도, 특별히 달라진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옛날처럼 저렴한 안주와 4홉짜리 맥주는 진즉에 없어졌어도, 의리 삼아 즐겨가던 그 곳에서 직원들이 바가지를 쓴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사실이니까 얘기를 한 것이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 "자이언트"는 그 생명을 다 했다고 본다. 20여 년간 정과 의리로 함께 한 직원들에 대한 배신인 게다.
마담이 나이가 들더니 돈 욕심이 생겼나 보다. 딸 셋 시집 잘 보내고 번듯한 집까지 마련했으면 이제는 보은 하며 살아도 될 터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있는 우리 직원들의 뒷모습이 안 보이는지 묻고 싶다. 20년 단골집의 종말을 보고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나이 들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어리석음이 무섭다. 제 살 잘라먹으면서도 제 살인지 모르는, 사람의 탐욕이 무섭다. 결국 이제는 1년에 서 너번 가던 발걸음마저 끊어야 할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다 골목길에 언뜻 스쳐 보이는 "자이언트"의 간판을 보면, 아직도 옛 추억과 그리운 맘이 새록새록하고 그 끈을 놓아 버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내 젊음의 사연들이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먼 옛날의 젊고 상냥한 미스 강과 그 많은 추억과 그리움과 애틋함과 이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자이언트" 여 안녕! 젊은 나의 추억의 이름이여 안녕........
2007.2.8 -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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