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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충북제천]청풍호 주변에서.. 본문

여행이야기

[충북제천]청풍호 주변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7. 11:42

https://youtu.be/9OE_iKyApZc?si=QWeLGY18UfOuntAD

 

청풍호 주변에서..

며칠 휴가를 내고 집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무의미하게 흐르는 시간들이 아깝고 괜시리 헛헛하다. 그동안 시간만 나면 독파하리라 다짐했던 책들도 책장을 넘기기 무섭게 싫증이 나고, 차분하게 들으려 했던 음악들도 음률이 서로 엉켜 제멋대로 귓속을 헤집으며 돌아 다닌다. 불과 열흘 전 정선과 영월을 다녀 왔는데, 무언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나 보다. 내친김에 이른 더위로 푹하니 찌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작은애를 앞세우고 제천으로 발길을 향했다. 오래전 비봉산[531m] 에 오르려고 모노레일 주차장까지 갔으나 겨울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하여 아쉽게 돌아 온 전력이 있어 오늘은 기필코 타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첫 방문지를 시원하게 숲속을 헤저으며 올라 갈 비봉산 청풍모노레일로 선택을 하였다.

비봉산에 케이블카 설치공사를 하느라 정상은 못가도 중간까지밖에 모노레일 운행을 한다고 해 널름 올라 타고 나니 이 더운 날 숲속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모노레일안에서는 바람도 시원하면서 마음도 상쾌하고 급경사 구간의 짜릿함을 더해 가던지라 아내와 작은애도 즐거움을 한 껏 누린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긴 가뭄으로 인해 온 나라의 내와 강이 말랐는데 이 곳 청풍호도 예외가 아니다 모노레일 정상에서 내려다 본 바짝 마른 호수의 모습이 안타깝다. 어제 대차게 내린 소나기의 수량은 마른 대지를 적시기에는 한참 모자랐나 보다.청풍호를 따라 나오는 길에 계산리,광의리,연곡리를 찬찬히 돌다 보니 풍광이 좋아 보일 串마다 아름다운 별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혹은 까칠하게 혹은 부럽게 바라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 하겠지만 그 와중에 전원주택 하나가 청풍호의 정경과 아우른  멋진 풍치를 보여 주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로 향하는 길에 면소재지 팔영루가든에서 송어회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청풍공소에 들러 잠시 묵상을 하는데 조그만 공소 마당에 활짝 핀 루드베키아속에 기도하는 손의 형상이 그윽하다. 면소재지는 대충 100여호의 주택과 상가가 오밀조밀 섞여 있는데 동네 자체가 매우 한적해 보이면서도 깨끗한 인상을 주고 있다. 중심가에는  아름드리 벚나무가지들이 하늘을 덮어 뙤약볕을 가리며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어 한 여름 청풍명월의 고장을 찾는 객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마저 식혀 주고 있다.

이윽고 "청풍문화재단지"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문화의날 행사로 인하여 입장료의 반을 할인해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혜택이라 할 수 있지만 요모조모 정보를 알고 여행을 하다 보면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하였다. 청풍문화재단지는 1978년부터 시작된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제천시 청풍면을 중심으로 한 5개면 61개 마을이 수몰되자, 이곳에 있던 각종 문화재들을 한 곳에 모아 문화재단지를 조성한 곳으로 어찌 보면 수몰민들의 아픔을 문화재단지라는 이름으로 모아 놓은 곳으로 볼 수 있겠다.

더운 날에 느긋하니 구경을 하고 났더니 시간이 촉박해 당초에 가려고 했던 배론성지에 갈 수 없게 되어 제천시내로 가는데 높은 언덕배기에 금월봉이라는 특이한 바위산이 있어 잠시 쉬어 가며 구경을 하였다.바라만 보아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금월봉은 자칭 금강산을 닮아 작은 금강산이라 일컷는데 한 눈에 들어 오는 규모를 보면서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굳이 지역적 자부심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다 싶어 신령스런 금월봉이라는 형용사마저도 가볍게 수용하면서 휴식에 일조를 한 바위산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 보았더니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싶은게 바위들의 모습에서 작은 위엄들이 있어 보여 긍정의 고갯짓이 절로 끄덕여진다.

돌아 오는 길..얼마전 영월을 다녀 오는 길에는 평창올림픽을 대비하여 영동고속도로의 전 구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로 인해 끊임없이 막히는 도로사정에  인내심을 발휘하였으나,오늘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광주 원주 고속도로가 2월말 정상 개통된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작은애 네비의 안내로 제천에서 인천까지 거의 막힘없이 시원스레 달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아는 것이 힘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이번 여행에도 변함 없이 적용이 되었다. 

" 여보게 이 친구야~

 다음에는 아무리 가깝고 즉홍적인 여행이라도 작은 준비는 하고 떠나시게나! "      

2017.6.28 그루터기

 

*  다음에는 유람선도 타고 호수를 휘저어도 보고, 비봉산정상까지 모노레일로 올라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