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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의 추억 본문
하모니카의 추억
며칠 전! 개그맨 전 유성 씨가 "리 오스카" (Lee Oskar )의 연주회에 갔다가" Before the rain "연주를 듣고 울컥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전 유성 씨의 충만한 감성을 느껴보면서 새삼 하모니카라는 악기가 주는 서정적인 매력이 심금을 울리며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악기이면서 그럴듯한 얘깃거리 하나쯤은 엮여 있을 만한 악기 중 하나가 하모니카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내게도 하모니카 하면 아주 어린 시절 뚝섬 강변에 낚시를 드리우고 풀밭에 앉아 잔잔하게 하모니카를 부르시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저녁 무렵 석양빛을 받은 강물이 빨갛게 물들고, 하모니카를 부르는 아버지의 옆얼굴도 점점 붉어 가는데, 턱을 괴고 아버지를 바라보던 어릴 적 그때가 떠오른다.
또 하나는 고등학교를 입학하던 해 여름! 어머니께서 화평동 황인의원에 잠시 입원해 계실 적에 어머니가 잠든 늦은 밤, 무료함을 떨치고 어머니의 빠른 쾌유도 빌면서 병원 앞 구름다리. [송월동 응봉산 줄기가 화도진으로 연결되는 이 지점에 철로가 뚫려 허리가 끊어지게 되자 육교를 놓았는데 이를 ‘구름다리’라고 했다]에서 나지막이 하모니카로 부르던 “스와니 강”이 생각난다.
이렇게 하모니카의 선율이 주는 감정도 감정이지만 내게는 하모니카를 만드는 공장엘 다녔던 기억이 제일 먼저 다가온다. 군대 가기 전 근 1년간 부평공단의 악기회사엘 다닌 적이 있었다. 일본 스즈키에서 지분 51%를 출자하고 한국에서 생산을 맡아 멜로디온과 하모니카 반제품 전량을 생산하여 납품하던 회사의 자재담당으로 입사를 하였는데 말이 자재담당이지 현장 근로자나 다를 바 없었다. 남고 출신의 걸걸한 과장과 조금 맹한 사수를 선배로 모시며 금속반, 조율반, 가공반 3개 반의 반장과 18명의 직원과 함께 근무를 했는데, 반장과 두 어명의 남자 직원을 제외한 전원이 여직원이어서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납품일정이 빠듯할 때는 플레이트에 묻은 토루엔을 제거하기 위한 톱밥 작업에 동원되기도 하였는데 한참 작업을 하다 보면 환각상태에 빠져 비틀거렸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면서 어깨를 툭 치며 나가서 쉬라고 한 과장이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 환각의 주범은 토루엔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토루엔이 본드를 만드는 주재료인지 알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무사히 납품을 하고 나면 백마장이나 부평역 방면에서 회식을 하곤 했는데 각 반장들이 직원 한 명씩을 번갈아 데리고 나온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때인가 조율 반장이 데리고 나온 여직원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데이트를 주선하였는데 쑥스러운 마음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 왜 그리 미안하던지 근 보름간을 어찌할 바를 모르며 지냈던 기억이 삼삼하다.
그 해 여름! 무섭도록 쏟아진 장맛비로 인해 전국이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고 공단 전체도 물에 잠기는 천재지변이 벌어졌다. 출근을 하고 난 이후 더욱 세차게 쏟아져 내린 비로 인해 전철도 끊어지고 대중교통 역시 다니질 않았다. 오후가 되자 임시조치를 마친 회사에서는 각자 알아서 집으로 가라 하였는데, 부평에서 제물포로 오는 길 역시 군데군데 도로가 침수되었고 간석오거리 주변은 허리까지 물이 차 올랐다.
주안에 사는 여직원과 함께 동행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그녀를 업어 깊은 곳을 헤쳐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생전 처음으로 여자를 업었다는 사실에 온몸이 경직되고 차가운 빗물에도 등 부분이 따스하게 덥혀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 역시 쑥스렀는지 차가운 물속에서도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 가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처녀 총각의 몸이 밀착되었으니 아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몸의 울림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그날 이후 내가 마치 제 남자나 된 듯 노골적으로 추파를 보내며 샐쭉거리는 그녀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한 동안 현장에 얼씬도 안 하였다.
당시 전국에 하모니카 합주단이 얼마나 활동했는지 알 길 없지만 우리 회사의 하모니카 합주단은 방송을 타면서 전국에 유명세를 떨쳤고 종종 초청을 받아 연주회를 갖기도 하였다. 그럴듯한 행사에도 초청받곤 하였는데 연주도 연주지만 다양한 하모니카의 종류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큼직한 베이스 하모니카와 보통 하모니카 길이의 두 배쯤 되는 코드 하모니카, 그리고 멜로디용의 크로매틱 하모니카와 여러 장조를 낼 수 있는 하모니카 등 크고 작고 독특한 모양새의 하모니카를 들고 무대에 나서면 모든 사람들이 신기하여 수군대는 모습을 보며 으쓱대는 직원들의 면면이 떠 오른다.
지금 아이들 책상 속 한 구석 어딘가에 두 개의 하모니카가 잠자고 있다. 하나는 황인의원 앞 구름다리에서 불던 아버지께서 사 주신 낡은 하모니카이고 , 또 하나는 큰 애가 학교 특활시간에 배운다고 해서 동인천 악기상에서 내가 사 주었던 하모니카인데 , 안타깝게도 두 아버지가 사 준 두 아들의 하모니카가 책상 속에서 잠자며 주인을 그리워하는 잊힌 존재가 되어 있다. 이 글을 끝내고 나면 아주 오랫동안 잊혀 있던 옛 감정을 되살려 "딕시랜드"와 "오! 수잔나"를 한 번 멋지게 불러 봐야겠다...
2011 - 6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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