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Rubén González - Siboney 본문

음악이야기/월드음악-샹송,칸초네,탱고,라틴등

Rubén González - Siboney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4. 11:04

https://youtu.be/0oWhz0G4-Tg

 

 

무조건.. 꼭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꼭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상황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경우까지도.

'루벤 곤잘레스'를 찾아가려고요. (중략)

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좋을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하고 살아야 한다. 그 사람은 살면서 만나지기도 한다.  맡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되기도 한다. 삶은 일방통행 이어선 안된다.  '루벤 곤잘레스'처럼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만 일방통행이어야 한다. 

살아온 분량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걸 탈탈 털어서 누군가에 세 보여야 한다.  듣건 듣지 못하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다 털어놓을 한 사람. 

- 이 병률/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

 

Rubén González

루벤 곤잘레스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나 의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신 반세기가 넘는 음악생활을 통해 독창적인 피아노 소리를 확립한 그는 아프로-쿠반 스타일 피아노 연주의 개척자로서 쿠바 음악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1919년 산타 클라라에서 태어난 루벤은 어렸을 때부터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여 15세의 나이에 시엔푸에고(Cienfuego) 컨서바토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그 후 그는 낮에는 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음악을 하려는 계획으로 의대에 진학하였으나 너무나 강렬한 쿠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하바나로 가서 전업 뮤지션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듣고있는 모든 쿠바 음악의 연원을 찾을 수 있는 음악의 황금기였던 1940년대, 이 시기에 걸쳐 쿠바음악에 혁명을 일으켰던 천재 음악가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즈(Arsenio Rodriguez)는 젊은 피아니스트 루벤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감탄하여 함께 연주할 것을 제의하였다. 아르세니오는 많은 조언을 통해 루벤의 연주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쿠바음악의 싱코페이션(syncopation)을 터득하는 동시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연주자들이 무엇을 하건 상관하지 말고 누가 듣더라도 루벤 곤잘레스의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자기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라고 충고하였으며, 루벤은 그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확립해갔다.

그리하여 루벤은 이미 40-50대에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루이즈 릴리 마르티네즈(Luis ‘Lili’ Martinez), 페루친(Peruchin)과 함께 트리오를 구성하여 활동하면서 미국 재즈의 자유로운 즉흥연주와 아프리카 리듬을 결합시킨 맘보(mambo)를 발전시킴으로서 쿠바음악의 미래를 형성해가기 시작하였다. 그 후 탱고 뮤지션들과 함께 파나마와 남미를 순회하다가 하바나로 돌아와 ‘트로피카나’와 같은 클럽에서 연주를 계속하던 루벤은 1960년대 초 차차차(cha-cha-cha)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엔리끄 요린(Enrique Jorrin)을 만나 25년간을 함께 활동했으며, 그가 죽은 80년대 중반 은퇴하였다.

그 후 하바나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그는 습기에 벌레까지 먹은 피아노를 집에서 치워버린 관계로 가끔 피아노를 치러 에그램 스튜디오에 들르곤 했다. 마침 그 곳에서는 ‘부에나’의 음반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쿠더와 프로듀서들은 루벤이 매우 특별한 피아니스트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관절염을 앓으며 몇 년 동안 피아노도 없이 지냈던 루벤의 다시 되살아난 터치와 테크닉은 놀라운 경지였고, 라이 쿠더는 “내 일생동안 들어본 중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에게 이끌려 50년이 넘게 뮤지션으로 활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지 않았던 첫 솔로 앨범  앨범을 연이어 녹음하게 된 루벤은,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나와서 스튜디오 문이 열리길 기다렸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과 연주자들을 손수 골랐다. 그 결과 쿠바 음악의 모든 형식과 리듬이 모여 놀랍도록 생생한 사운드가 탄생했으며, 77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연주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얻음으로서 루벤을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올라서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