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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 1997 본문

음악이야기/영화음악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 1997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1. 00:44

https://youtu.be/O-sVpVIovKk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 1997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두 젊은이의 짧은 여정을 통해 진정 우리가 느끼고 되새겨야 할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꼬집는작품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에는 아직 젊은 그 두 청년이 만나는 어느 평온한 병원에서 시작된다.

거칠고 다혈질인 마틴 (틸 슈바이거 Til Schweiger)과 내성적이고 차분한 루디(얀 요세프 리퍼스 Jan Josef Liefers)는 우연히한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마틴은 뇌종양, 루디는 골수암에 걸려 남은 시간이라곤 장담할 수 없는 몇 달이 고작인 시한부인생들이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상태를 알게 된 그 둘은 역시 우연히 발견한 데킬라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주방에 잠입해 소금과 레몬을 찾는다. 한 모금 한 모금, 인생의 남은 시간을 위로하던그 둘은 천국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문득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천국에서 유일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곤 바다뿐이라고 주장하는 마틴은 아직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다는 루디와 함께 병원 탈출에 나선다.

내내 슬픈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감마저 들 정도로 유쾌하고 예측 불가능한 그들의 여정은 록과 펑키(Funky)한 사운드의 영화음악으로 잘 살아난다. 그리고 뜻밖의 에피소드들은 결코 죽음이 슬프거나 외로운 고행의 길만은 아니라고 은근히 말한다. 훔친 벤츠를 타고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시작으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영화를 보다 입체적이고 감칠맛 나게 해준다. 그러나 종종 뇌종양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쓰러지는 마틴을 계기로 영화는 본래 가지고 있던 주제 의식과 밀착된 자세를 지닌다.

그 둘이 향하고 있는 바다의 존재는 '천국'으로 해석할 수 있는 평온함과 광활함, 그리고 그 무엇이라도 받아줄 것만 같은 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 바다는 그토록 꿈꿔오던 자유로의 귀환 - 도달이 아닌 귀환 - 을 은유한다. 묘하게도 그들은 고통을 치유하고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앰뷸런스를 타고 바다에 이른다.

마지막 발작으로 먼저 천국으로 이르는 마틴. 평소 같았으면 마틴에게 약을 줬을 루디였지만, 이제 그 또한 모든 것을 관망한 채 바다를 응시한다. 암전되는 화면 저편으로 들려오는 곡은 다름 아닌 <knockin' on heaven's door>이다.

사운드트랙에는 독일 그룹 젤리크(selig)가 부른 버전이 실렸지만, 밥 딜런(Bob Dylan)의 원곡이 그보다 수백 배는 더 매력적이다. 건스앤로지스(Guns' N Roses),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등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통해 반복되어 불려졌고, 시적인 운율과 멋스러운 은유로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이 곡은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