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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기악곡이 된 춤곡 / 왈츠 본문
쇼팽 왈츠 7번 (Chopin Waltz Op.64 No.2) | 피아노
기악곡이 된 춤곡 / 왈츠
바닷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두런두런 둘러앉은 모습은 예전 대학 시절의 MT 장면 그대로입니다. 석양이 뉘엿뉘엿 깔리면 여주인공 태희(이은주 분)는 슬며시 무리에서 빠져나와 바닷가를 조용히 거닐기 시작합니다. 벗은 운동화를 손에 들고 태희가 허밍으로 읊조리는 선율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입니다.
“저 따라오신 거 아니에요? 나는 나 쫓아온 줄 알았는데.” 그 한마디에 주춤거리던 인우(이병헌 분)도 그제야 멋쩍은 웃음을 짓습니다. 배경음악으로 서서히 왈츠가 깔리면, 붉은 노을 아래 검은 그림자의 두 남녀는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의한 장면입니다.
세 박자의 왈츠는 원래 유럽의 민속 춤곡이지만, 18세기 무렵에 이르면 궁정에서도 인기를 얻습니다. 당시 기록에는 "사람들은 미친 듯 춤을 췄다. 빈의 귀부인들은 특히 지칠 줄 모르고 추는 왈츠의 우아한 동작으로 명성이 높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힙합이 비보이의 격렬한 춤 동작이면서 동시에 흑인 음악의 장르인 것처럼, 왈츠도 단순한 춤의 반주에서 벗어나서 어엿한 기악곡으로 독립하기에 이릅니다. 피아노 독주곡으로 왈츠를 작곡한 쇼팽(1810~49)이 대표적입니다. 브람스와 슈베르트, 차이콥스키와 베를리오즈 등이 왈츠를 피아노곡이나 관현악에 녹여 넣으면서, 단순한 춤곡에서 감상용 음악으로 격상된 것입니다.
물론 절정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입니다. 지금도 매년 정초마다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이들 부자의 곡으로 한 해를 열지요. 마지막 앙코르인 라데츠키 행진곡은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49)의 곡이고, 그 직전에 울려퍼지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99)의 작품입니다.
이렇듯 만개한 왈츠는 20세기에 한층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는 당초 극음악 <쿠올레마>를 위해 썼던 곡을 슬픈 왈츠(Valse Triste)」로 고쳐 씁니다. 죽음을 앞둔 부인이 꿈결에 왈츠 곡조를 듣고 무심코 일어나 환상 속의 남자와 춤을 춘다는 내용으로, 우아함과 서글픔이 미묘하게 공존하기에 지금도 앙코르로 사랑받는 명곡입니다.
프랑스 관현악의 귀재인 라벨 (1875~1937)도 왈츠의 매력에 흠뻑 매혹됐던 작곡가입니다. 그가 '관현악을 위한 무용 시(詩)'라는 부제를 붙여서 왈츠(La Valse)」를 발표한 것이 1920년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찬란하게 빛났던 빈의 왈츠와 전쟁의 포화를 겪고 난 파리의 왈츠가 같을 수 없습니다. 우아하고 조심스럽게 출발한 춤곡은 천천히 절정에 오르더니, 오케스트라가 정점을 찍고 나면 어지럽게 소용돌이칩니다. 세기말의 혼돈이나 전쟁의 상흔은 춤곡에도 암암리에 녹아 있는 것이지요. 이 점을 간과하고 라벨의 왈츠를 연주하면, 자칫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질주하는 독일 군대처럼 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뒤로 왈츠는 화려하고 평화로웠던 옛 영화(榮華)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됩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남자 주인공 인우가 첫사랑을 상기하는 대목에서 왈츠가 흐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춤곡도 모든 생명과 마찬가지로 탄생과 발전, 만개와 쇠퇴라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습니다. 왈츠가 흐를 때, 당신은 삶의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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