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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개구리참외

김현관- 그루터기 2023. 6. 7. 13:41

 

개구리참외

여름철 토박이 과일로 가장 많은 귀염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참외였다. 수박은 값이 비싸서 있는 집이 아니고서는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먹을까 말까 했다. 요즘엔 외국에서 들여오는 과일도 많아 별별 것이 다 있다.

그러나 젊을 적에 본 사상의학 계열의 한방 의사가 쓴 책에는 한국 사람의 체질에 가장 좋은 과일과 음식으로 참외와 설렁탕을 들었다. 참외껍질이 방광에 좋다는 재래 민간요법을 들려주며 실제 자기가 효험을 보았다고 하는 국문학 교수를 만난 일도 있다. 그분의 경우는 경험에 의거한 사실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접하는 참외는 노랑참외 일색이다. 소도 옛날에는 흑소, 칡소, 황소가 있었는데 여러모로 우량종이라고 해서 황소 기르기를 권장해 흑소와 칡소가 없어졌다는 말이 있다.

참외야 당국의 간섭 아래 노랑참외 일색으로 통일된 것은 아닐 테고 상품 가치가 뛰어나서 시장의 적자생존 법칙에 따라 독야황황獨也黃黃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6·25 전에는 개구리참외가 더 흔했다고 생각한다. 살이 붉고 껍질은 푸른 바탕에 개구리 등처럼 얼룩얼룩한 점이 많아 개구리참외라 한 것 같은데 노랑참외보다 대체로 크고 껍질 무늬도 다양하였다.

참외 서리나 도둑을 막기 위해 참외밭에는 대개 원두막이 있었다. 소나기를 피하려 들러보기도 하고 아무래도 값이 헐하기 때문에 원두막으로 참외를 사 먹으러 간 적도 있다. 그 무렵의 참외밭에는 노랑참외보다 개구리참외가 단연 다수파였다. 맛에서도 개구리참외가 낫다고 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미각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참외의 경우 사과 정도의 획일성도 없고 낱개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빛깔로 통일된 사람 사회가 매력이 없듯이 과일도 다양성이 있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을 떠나서도 어릴 적에 맛본 개구리참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괜스레 허전한 일이다. 소멸은 우리에게 일말의 비감을 안겨주게 마련이다. 모든 소멸이 자기 소멸의 우의 사실상 메멘토 모리이기 때문이다.

유종호 / 사라지는 말들 - 말의 사회학

https://cc.newdaily.co.kr/site/data/html/2023/05/10/2023051000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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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서 100년간 유일하게 재배해왔던 ‘개구리참외’가 명맥을 끊길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10일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개구리참외 재배현황은 2 농가에서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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