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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박 광수 본문

사람들의 사는이야기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박 광수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9. 00:43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박 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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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4 00:44:44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PROLOGUE )

해가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퇴근을 준비하며 언덕 너머로 넘어가는 어느 저녁, 언덕길을 오르며 가쁜 숨을 내뱉던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읊조린 경험이 있다.

잘 버텼어. 그리고 지금까지 수고했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부터 심지어 나를 잘 안다는 사람들조차 그들이 옆에서 지켜본 나란 사람은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과는 다르게 나는 철모르던 어린 시절을 지나 삶의 무게가 느껴질 나이부터는 언제나 '버티기'가 삶의 기조였고어떻게 하든 이번 일만 잘 버티고 넘기자.'라는 말을 수천 번 넘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살아왔다. 너무나 많이 심장에 새긴 말이라 내가 죽은 후에 누군가가 내 심장을 열어본다면 내 심장에는 누군가가 눌러서 쓴 것처럼 '버티자'라는 말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미련할 정도로 버티고 견디고 잘 넘긴 산이 몇 개였는지도 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았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어려운 고비들이 내 인생에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아득한 기분에 손끝이 저려온다. 물론 지나온 어려움들 중에는 약간의 참을성만 있으면 넘을 수 있는 작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떤 어려움들은 스스로'이젠 한계에 도달했다.'라는 느낌을 주며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그 끝을 알 수 없으니까 힘들어. 오히려 끝만 알았다면 버티기가 더 수월했을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이 고통이 너에게 얼마동안 지속될 거야.'라고 누군가 내게 딱 잘라 말했더라면, 그 말을 들은 순간 남은 어려움을 버텨내지 못하고 진즉에 정상적인 내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좋아질 거야.'라는 스스로의 위안이 있었기에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세월을 넘어올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 또 오늘을 너덜너덜해진 심장으로 겨우 잠들었다 눈 뜨면 다시 찾아온 수많은 힘든 오늘들을 좋아질 내일을 기약하며 힘들게 버텨온 것이다.

어느 택시 운전사의 룸미러에 붙어 있는 소녀가 무릎 꿇고 기도하는그림에 쓰인 '오늘도 무사히'라는 마치 부적 같은 표어가 지금까지의 내 삶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이만큼 살아보니 무사한 하루가 얼마나 기쁜 것인지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명함에 어느 날부턴가 '만화가'라는 말 대신'무규칙 이종 격투 문화가'라는 말을 새겨 넣고 다닌다.내 명함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종 격투기도 하세요?”라고 놀란 눈으로 묻는다. 놀란 그들에게 웃으며돈 되는 일은 뭐든 다 한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하지만 내 명함 뒷면에는 '내겐 세상이 링이다.'라고 새겨져 있다.내가 느끼는 세상은 전성기 시절의 타이슨같이 위협적인 존재이며 조금만 방심하거나 틈을 보이면 나를 한 방에 쓰러뜨려 링에서 내려가게 만들 존재이다.

오랜 세월을 버텨오며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육체와 너덜거리는 심장뿐이지만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내게로 날아드는 수많은 주먹들을 바짝 올린 가드로 막아내며 그 틈 사이로 보이는 상대의 빈틈을 노려 나도 주먹을 뻗을 것이다.지쳐서 힘이 들고 가드를 올리고 있을 힘조차 다했지만 심장이 터질지라도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주먹을 뻗으며 내가 원할 때까지 나는 내 힘으로 링 위에 서 있을 것이다.

오늘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오늘인
내일도 그럴 것이다.

오늘만 버티면
좋은 내일이 올 테니까.
분명 오늘만 버티면.

광수생각의 박광수 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