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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 / 폭풍의 언덕 본문

철학,배움,지혜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 / 폭풍의 언덕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9. 10:14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 / 폭풍의 언덕

知識 ,知慧 ,生活/배움-문학,철학사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에 대해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큰 의미에서 모든 문학 작품은 다 연애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문학의 궁극적인 주제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이니까요. 삶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등등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순탄치 않게 마련이고 그 안에서 겪는 갈등 이야기가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연애 소설'에 대해 쓰라는 청탁은 아마 좁은 의미에서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해 말하는 거겠지요.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1818~1848<폭풍의 언덕 Wathering Heights(1847) 입니다. 시공을 넘나들고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사랑, 말 그대로 소름 끼칠 정도로 집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책의 제목 '폭풍의 언덕'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황량하고 음산하기 짝이 없는 언덕 위에 있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집에 이웃에 이사 온 남자가 인사차 방문했다가 폭풍우 때문에 하룻밤을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 밤 캐서린 린튼Catherine Linton인데 좀들어가게 해달라며 가녀린 여자의 울음소리와 함께 창밖에서 하얀 유령의 손가락이 들어오면서 혼비백산하게 되지요. 다음 날 그는 히스클리프 Heathcliff의 하녀에게서 사연을 듣게 됩니다.

20여 년 전 당시 '폭풍의 언덕' 주인 언셔는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 남매를 두었으나, 고아 소년 한 명을 데려와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키웁니다. 히스클리프과 캐서린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힌들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히스클리프를 질투합니다.

세월이 흘러 언셔가 죽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심하게 학대하고 하인으로 부립니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좋은 집안인 이웃집의 린튼을 사랑하는 것으로 오해해 집을 나갑니다. 3년 후에 부자가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죽어 가는 캐서린을 만나고, 이후 모든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가며 악마적인 복수를 합니다.

인간의 열정과 애증을 극한까지 추구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캐서린이 하녀에게 히스클리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토로하는 장면입니다.

그는 나보다 더 나아. 내가 이 세상에서 겪은 지독한 고통은 모두 히스클리프의 고통이었어. 모든 것이 죽어 없어져도 그가 남아 있다면 나는 계속 존재하는 거야.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남아 있되,그가 없어진다면 우주는 아주 낯선 곳이 되고 말겠지. 린튼에 대한나의 사랑은 숲 속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되면 나무들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리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그 아래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바로 나 자신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am Heathcliff!" 이런 사랑이라면 더 무슨 말을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고백은 20여 년이 지난 후 히스클리프의 말에서 헛된 믿음이 아니었음이 밝혀집니다.

이 세상에 그녀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길래? 그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바로 지금 땅바닥을 내려다 보기만 해도 깔려 있는 돌마다 그녀 모습이 떠올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 한 그루마다, 밤에는 들이쉬는 숨결마다, 낮에는 눈에 띄는 모든 것 하나하나마다 온통 그녀의 모습에 둘러싸여 있는 거야. 흔해 빠진 남자와 여자의 얼굴들에서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에서까지 그녀를 닮은 점이 튀어나와 나를 조롱하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존재했고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끔찍한 기억을 모아놓은 진열장이란 말이야!

우리는 흔히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히스클리프의 복수에 초점을 듭니다. 하지만 결국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복수에 허망함을 느낍니다. 20여 년간 애타게 그리워한 캐서린의 유령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유령과의 만남에 몰두한 나머지 그는 나흘간 입에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궁극적으로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아니라 그 지독한 사랑을 기억합니다.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는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영국 국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며, 제인 에어Jane Eyre(1847)의 작가로 유명한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의 동생이자 앤 브론테의 언니입니다.

1820년 아버지가 요크셔의 하워스로 전근하게 되어 에밀리와 자매들은 황량한 벽지의 목사관에서 자랐습니다.

1821년 어머니가 죽자 이 자매들은 백모의 손에 양육되다가 1824년 목사의 딸들을 싼 비용으로 맡는 근처 기숙학교에 맡겨집니다. 형편없는식사 때문에 영양실조와 결핵으로 두 언니가 사망하자, 그제야 놀란 부친은 에밀리와 샬롯을 집에 데려옵니다. 이 악덕 기숙학교는 후에 샬롯 브론테가 소설 제인 에어에서 분노에 찬 필치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1846년 에밀리는 언니 샬롯, 동생 앤과 함께 1846년 시집을 자비 출판했으나 두 권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두 자매와 달리 문학사에서 시인으로서도 그 위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네Riches IHold in Light Esteem>라는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네

부귀영화를 난 가볍게 여기네.
사랑도 웃어넘기네.

명예욕도 아침이 오면
사라지는 한때의 꿈일 뿐.

내가 기도한다면, 내 입술 움직이는
단 한 가지 기도는

제 마음 지금 그대로 두시고
제게 자유를 주소서!"

그렇다. 화살 같은 삶이 종말로 치달을 때
내가 바라는 것일 단 한 가지.

삶에도 죽음에도 인내할 용기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이 시는 에밀리 브론테가 1841, 그러니까 스물한 살 되던 해 쓴 시입니다. 자신의 짧은 생을 예견한 듯, 미련의 끈을 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종말로 치닫는 인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용기 있게 살다 가겠다는 마음을 토로합니다. 그러한 '자유 영혼'으로 <폭풍의 언덕이라는 대작을 쓸 수 있었겠지요.

1847폭풍의 언덕이 출간된 이듬해, 그녀는 폐결핵으로 내적으로 폭풍우와 같이 강렬한 삶을 살았던 서른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장 영희의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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