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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노랑색 본문

영화이야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노랑색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11. 09:39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노랑색

知識 ,知慧 ,生活/영화이야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0년대 중반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의 소설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스가 감독과 주연을 맡고 메릴 스트립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로 당시 어른들의 러브 스토리로서 큰 화제가 됐다. 영화는 시골길의 가설지붕이 붙은 다리를 사랑의 만남의 상징으로 그렸고, 그것이 젊은 여성들에게 낭만적인 감상을 전해준 듯하다. 그러나 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에 주목했다. 그것은 색채이다. 실은 이 이야기의 테마를 상징하는 색이 노랑색이며,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 '노랑색 방' 이었던 것이다

아이오와 주 한 시골 농장의 주부 프란체스카는 길을 헤매다 물어온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사진작가와 만난다. 그는 세계를 누비며 기록 사진을 찍는 야생 동물과도 같은 카메라맨이다. 그의 전신에서 물씬 풍겨오는 야성의 바람을 느낀 순간,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는 변함없고 무미건조한 생활에 빛이 비춰옴을 느낀다. 두 사람 사이에는 강렬한 정신적 교감이 오가고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져 버린다.

때마침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나흘간, 사십대의 주부와 오십대의 남자는 남몰래 숨어서 지고지순한 사랑의 세계를 경험한다. 프란체스카에게 있어서 그것은 너무나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영혼의 여행이었다. 목숨을 건 사랑의 기쁨은 그 끝을 모르고 충만하기만 했다.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에게 푸념한다. "결혼 생활이 시작될 때 여자의 인생은 멈춘답니다." 그러나 그 녹슨 인생이 킨케이드와의 만남으로 인해 마음 깊은 곳부터 흔들려 버렸다. 원래의 생활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욕망의 삶을 좇는 것을 스스로 억제한다. 지금의 생활,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책임... 가족이 돌아오는 날 프란체스카는 이별을 결심한다. 격렬히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그녀는 킨케이드에게 말한다.

"나에게 책임을 저버리도록 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러한 프란체스카의 삶의 길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오와를 떠나는 킨케이드. 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의 씨가 뿌리를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느꼈으므로 헤어질 수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난 적 없이 따로 인생을 살아가다 생을 마친다. 그러나 그런 나날들 속에서도 서로의 사랑은 깊어져있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킨케이드와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새긴 노랑색 테이블이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것이다.

겨우 나흘 동안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의 행로, 그 곁에 늘 있던 식당의 노랑색 테이블. 진심으로 웃고 대화하며 같이 브랜디를 마셨던, 그리고 서로 껴안고 춤출 때 옆에 있던 노랑색 테이블 그리고 프란체스카가 인생의 마지막 날 69세로 생애를 마칠 때, 그녀는 그 노랑색 테이블을 안는 듯한 자세로 푹 엎드린 채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영화에는 노랑색 테이블뿐만 아니라 방의 벽, 문 손잡이, 커튼 등에 이르기까지 노랑색이 사용되어 정말로 '노랑색 방을 연출했다. 노랑색 방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우주였다. 그러나 이 노랑색 방이 두 사람에게 가져다 준 것은 행복의 기쁨만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잔혹할 정도로 인생의 어두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토록 너무나도 마음을 닫고 살아온 각자의 고독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것이다.

노랑색 방에서 전개된 이야기는 나에게 어떤 말을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화가이며 '색채론'의 저자로서 유명한 요하네스 이텐의 노랑색에 대한 언급이다.

"노랑색은 여러 가지 색상 중에서 무엇보다 환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빛을 비추어 본다' 라는 것은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빛은 따뜻하게 희망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감추어져 있던 어둠을 파헤친다. 그 맥락에서 볼 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달콤한 러브 스토리만이 아니다.

프란체스카는 사랑의 빛남 속에서 인생의 어두움에 직면해 버린다. 평온함과 바꾸고 싶지만, 삶의 순수한 욕구를 억누르고 살아온 인생을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기만해 버리는 삶의 고통스러움. 그녀는 마음 속으로 사랑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 동시에 숨겨져 있던 사실을 인식하는 아픔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인생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프란체스카와 그것을 지켜 주려고 하는 킨케이드와의 관계. 거기에는 흔히 보이는 러브 스토리와는 색다른 리얼리티가 있었기에 영화도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의 후반부가 좋은 것은 주인공들이 아픔과 책임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삶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색채심리 #노랑색 #스에나가 타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