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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봄이 왔어요 본문

내이야기

봄이 왔어요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9. 17:01

봄이 왔어요

 올 겨울이 유난스레 추울 거라던 기상예보가 틀렸습니다. 없이 사는 우리로서야 고맙기 그지없지요! 지각한 꽃샘추위도 설렁 지날 모양입니다. 남녘의 꽃소식이 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창영학교 운동장가에 함초롬 서있는 목련이 탐스런 움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수목 화초에 물이 오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은남 누님 댁 베란다에 옹기종기 꽃이 피었다면서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벌써부터 차가움 속에서 예사롭지 않은 푸릇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스쳐 지났는데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래요! 봄이 왔어요! 겨우내 동면하듯 굼벵이처럼 뒹굴대던 막내 녀석이 잠에서 깨자마자 소리를 지릅니다.

 "아빠! 큰일 났어요.내가 왜 이래요? 몸이 당기고 목 뒤가 아파요. 등 좀 눌러 줄래요!"

 운동부족으로 담이 걸린 것 같아 여기저기 눌러보고 파스도 붙여 보았지만 별 차도가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별일은 아니고 감기처럼 일주일은 고생을 해야 저절로 낫는다니 그리 신경이 쓰이진 않습니다. 이러구러 고생 좀 해 봐야 제 몸을 가꾸는 방법을 알겠지요.

 지난밤 꿈을 꾸었습니다 민규가 아내와 딸내미를 대동하고 나를 찾아오는 꿈이었습니다. 녀석과는 별 말이 없었고 살갑게 대하는 그의 아내와 딸내미와 끊임없이 웃고 주절대면서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꿈이었는데, 꿈에서 못다 한 말을 하라고 마침 아들 녀석이 담에 걸렸나 봅니다. 억지 해몽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친구와 그렇게 꿈 얘기를 하고 치료방법도 물어봤는데 참 공교롭네요?

 나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콧속에서 단내가 나고 몸뚱이가 나른해지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봄앓이를 했습니다. 스무 살 무렵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나서부터 근래까지도 이어지던 봄을 맞는 통과 의례였지요. 그러다 몇 년 전 죽을병을 앓고 난 뒤부터 봄이 오는 느낌이 오면 의식적으로 심신을 닦달했더니 그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젊은 날에 겪은 좌절의 트라우마가 그 동안 봄앓이로 표출된 듯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이 닥치면 풀어 나갈 지혜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거라 믿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저 녀석들은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큰 애에게서도 아직까지 그런 증상을 볼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두 아이들은 나처럼 아픔으로 얻는 지혜가 아닌, 현명한 삶을 살아가며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지혜를 터득하길 바라는 게 아비 된 마음입니다.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네,
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 잇큐 - 일본의 선승)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뜻이 함의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지혜를 찾기 위해서는 세상과 맞부딪치며 단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벼린 쇠가 단단한 연장이 되고 쓸모가 있듯이 살아가면서 기쁨과 희망도, 생채기와 아픔도 겪어 가면서 조금씩 인격이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광양에 매화가 피었답니다. 노란 산수유도 그 빛을 뽐내려 하고 있더군요.봄이 왔습니다. 내 아이들은 인생의 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지요 곧 뜨겁고 혹독한 여름을 맞이 하겠지만, 그러기 전에 세상이 펼쳐 주는 이 아름답고 멋진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며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 가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청춘을 꿈꾸면서..

 2014. 3. 10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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