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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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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공릉동 강릉(사적 제201호) 강릉은 조선 제13대 왕 명종과 명종비 인순왕후의 능
지혜를 보는 눈
고전을 읽을 때는 어떤 언어든지 저자 고유의 과장법과 은유법에 주의해야 한다. <삼국지>의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막았다는 내용에서 군사가 100만 명이 맞느냐고 따진다면 그 사람은 눈뜬 장님이다. 고대의 100이라는 숫자는 가장 큰 숫자였고 만은 그 독음만으로도 '가득 찬'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즉,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막았다고 봐야 한다.
고전에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또 하나의 적은 역설법이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왕 가운데 꼭 성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희빈이나 장록수 같은 요부의 손에 놀아난 숙종이나 연산군, 글을 몰라 정사를 보지 못한 철종도 있지만 눈뜬 장님왕도 있었다. 바로 조선 최대의 마마보이이자 어머니 치마폭을 떠나지 못해 세상물정에 캄캄했던 명종이 그 장본인이다.
그런데 후대에 어머니 문정왕후(1501-1565년)의 손에 휘둘리며 평생을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 진리를 보는 눈이 먼 이 왕을 암종이 아니라 명종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의 역설법도 대단하다.
<초한지>에서 천하를 다투는 항우와 유방은 아주 대조적인 인물이다. 항우는 항상 전투에서 이기고 나면 부하들에게 “어떠냐!!"라고 외치며 뽐내기 바빴다. 시골뜨기 유방은 전투에 번번이 지고나서 "어떡하지??" 라고 말하며 부하들만 쳐다보았다. 그러나 천하를 움켜쥔 것은 잘난 항우가 아닌 못난이 유방이었다.
<초한지>에서는 한자의 순서만 바꿔 유능한 장군과 패잔병을 비교하는데, 이처럼 천재와 바보는 글자의 순서를 바꾸는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주인공들이 실제 이 말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간장게장은 밥도둑이요 멸치회는 술도둑' 이라고 말한다고 간장게장이나 멸치회가 손이 달려 밥과 술을 훔쳐가는 것은 아니다. 고전의 단어 하나하나는 수백 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고전을 읽어도 수십 권의 번역서가 나오고 몇천 년이 지나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리메이크가 되는 것이다.
고전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도 감춰진 암호 같은 수수께끼 때문이다. 고전의 암호를 풀면 풀수록 우리의 머리는 명석해지고 정신은 성숙해진다. 아무리 어떤 사람은 더 평등하다고 주장해도 그 평등이 진짜 평등인지 특권인지는 마음의 눈을 열면 보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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