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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수창이를 만나 봉환이를 떠 올리던 날 본문
세상을 살아가는데 상대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재능을 나누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뜻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반복된다면, 나누는 사람의 방법이 잘못되었을까? 받는 이의 어리석음인가!
1시가 넘었는데 오랜만에 수창이가 전화를 하였다.
‘점심 드셨어요?’ 차나 한 잔 하시죠 형님댁으로 곧 갈게요 ‘‘
홍예문 턱받이에 있는 단골카페 ’잔피‘(Zahnfee)는 오늘이 쉬는 날이라 그동안 한 번도 들르지 않았던 자유공원 야조사 앞의 '마루카페' 엘 들렀다. 실내가 아기자기한 게 여성들의 취향이 담뿍 담겨있다. 이층으로 오르는 무지갯빛 계단도 화사한데 이층 홀은 창가 쪽은 아예 편히 누울 수 있게 좌석들을 느슨하게 배치해 놓았다. 이렇게 자유스러운 카페는 처음 접하다 보니 나는 그저 어색하기만 하다.
차 한잔과 마카로니를 주문하여 먹으며 수창이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사진강의의 수강자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실망스러움을 털어놓는다.. 어디에나 이기적인 사람들은 있겠으나 분수를 모르는 막힌 사람들을 마주치면 의욕이 스러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지금 교육계에 만연한 갑질 논란에 뉴스 보기도 심란한데 다 큰 어른의 얄팍함을 접하며 더 이상 마음 쓰기 싫다면서 예정되었던 다음 강의를 포기하고 집필과 인터넷 강의에 신경 쓰겠다는 수창이의 결의가 느껴진다.
고민을 나누며 차츰 마음을 추스르는 중에 뜬금없이 영대가 반갑게 다가오며 인사를 한다. 성훈이와 용원이도 함께 인사를 하는데 둘은 20여 년 만에 만나면서도 현관이 형이라며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 반갑다. 영대와 성훈이 용원이 셋은 입사동기로 작년에 정년퇴직을 한 후로 구청 앞에 사무실을 얻어 놓고 간간 이 카페에서 차 한잔씩 한다는데 이제 나이 든 태들이 역력하다. 영대는 그동안 종종 연락을 하여 어색함이 없지만 나의 명퇴 후 처음 보는 성훈이는 젊잖게 나이 들어 보이고 용원이는 잘생긴 얼굴이 여전하고 건강해 보여 정말 고맙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셋의 우정이 도타워 보일수록 새삼 봉환이가 떠오른다. 근. 십 년 전 소식 없이 인천에서 사라진 봉환이는 내겐 더없이 친하고 고마운 친구였는데 여태껏 한 번 소식이 없는 걸 보니 깊은 아픔이 있는 듯 짐작은 하지만 누구 하나 근황을 아는 이 없어 안타까움만 간직하고 있을 밖에 없다.
이러구러 시간이 지나 다음에 식사자리를 갖기로 하고 카페를 나섰는데 여름은 언제 가려는지 엄청난 열기가 온몸을 덮친다. 야조사 앞에 연세 지극하신 두 분이 나무그늘에서 느릿하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데 괜스레 덥다. 더위에 여유가 스러졌나 보다. 경민이는 휴가라 집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있을 테고 아내는 고교동창들을 만나러 아침 일찍 안양유원지로 떠나, 개울가에서 발 담그고 오순도순 이야기들을 나눌 터이니 얼마나 시원하고 즐거울까!
올여름은 지구가 미쳐 버린 그악스러운 여름이다. 그나마 나도 아내도 경민이도 식구 모두 그럭저럭 시원한 하루를 지냈으니 오늘은 이로서 족하다. 202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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