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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머니의 빈자리 본문
어머니의 빈자리
후배와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무심코 식당벽에 붙어있는 글귀를 읽고 가슴이 먹먹하여 주위를 둘러보며 식사를 즐기는 다른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저마다의 일상 속에서 각자의 삶을 이어가는 그들이지만, 다들 한 번쯤은 저 글귀를 읽었을 것 같은 느낌에 혼자가 아닌 듯하다.
후배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내심 자신도 모르게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 모습을 보며 괜스레 부러움이 밀려온다. 어머니의 부재가 다시금 선명해졌다. 나는 더 이상 어머니께 전화를 걸 수 없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올 그 따뜻한 목소리는 이제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다. 문득 울컥하며 밀려드는 감정에, 목울대를 타고 내려가는 소주 한 잔이 더욱 쓰게 느껴진다.
작년 가을, 요양병원에서 10년 가까이 지내던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병마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병실에서 홀로 외롭게 버티시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때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가, 어머니 곁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던가를 생각하면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든다. 더 자주 찾아뵙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부재는 점차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이렇게 문득,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가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도, 어머니의 자리만큼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제는 그리움조차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고 살아가고자 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선명해지는 그리움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후배가 전화를 끊고, 밝은 얼굴로 돌아와 내게 농담을 건넨다.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의 말을 받아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전화를 할 수 없는, 하지만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아계신 어머니를.
식당 문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머니께서 계신 저 하늘 아래, 나는 오늘도 그리움에 잠긴다. "어머니,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라고 물으며, 대답 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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