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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한 여름의 소사(小事) 본문
한 여름의 소사(小事)
신체검사받으러 병원 다녀오는 길! 해가 따갑다. "아! 소서라서 이렇게 볕이 따가운가 보다." 아래 지방은 태풍 너구리로 인해 바람도 불고 비가 온다는데 나는 더위를 피해 가로수 그늘에 앉아 느긋하니 편의점 냉커피를 마시고 있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 사위가 조용한데 별안간 차도 위에서 알록달록한 곤충 하나가 날개 하나 뜯긴 채 뱅뱅 돌면서 나 여기 있소 하는 양 자기의 소재를 알리고 있다. 가만 바라보니 매미는 매미인데 중국매미다.
저 녀석은 한여름 얼마나 그악스레 울어 대는지 자던 잠마저 깨우는 고약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족히 육칠 년을 땅속에서 지내고 며칠 동안 종족번식을 위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이니 제가 살던 죽던 위험한 차도에서나마 올려 주어야 도리일 것이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마저 한국을 방문했던 마당에 중국매미 녀석 하나라도 살려 주었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한다면 나도 대중국 외교에 한 치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잡생각을 하던 차에 아뿔싸 때마침 우르르 여남은 명의 자전거 하이커가 지나며 그중 하나의 바퀴에 치어 칙 소리와 함께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매미가 압사하는 순간 나의 순수한 애국적 꿍심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사실 일본의 한국 침략을 말하는 시 주석은 가까이는 한국전쟁과 멀게는 두 개의 호란과 수많은 침략을 일삼던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당최 원.. 아무튼,
" 에라 그래! 며칠 살지도 못했을 네 녀석의 운명은 오늘 여기서 끝이로구나. 어차피 풀밭 위로 올려놔 봤자 날개 하나로 살아 내기도 힘들 것이고 이리저리 때꺼리 찾아 바쁘게 돌아다니는 저 왕개미들의 밥이나 될 팔자였으니 하는 수 없다. 하지만 날아다녀야 마땅한 네 녀석은 무슨 일로 날개 하나 잃고 창졸지간에 자전거 바퀴에 치어 노상 객사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그건 참 안 되었다. 네 녀석의 명복이나 빌어 주마"
하늘은 맑고 느티나무 가지는 낭창낭창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훅한 열기가 등 떨기에 땀방울을 떨군다. 어느새 매미 주위로 왕개미 한 마리 두 마리씩 달려들기 시작이다. 자연의 순환이다. 이미 커피잔의 커피도 얼음도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서는 더 볼 일도 지체할 일도 없으니 나는 가던 길이나 가야지! 그래! 그것이 내 삶의 순환이로다.
2014.7.7 - 그루터기 -
* 오늘은 소서!小暑) 소서는 24절기 중의 하나로 대서(大暑)와 함께 여름의 끝자락인 계하(季夏)에 해당된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하지와 더위가 최절정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대서 사이에 놓인 소서는 더위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을 알리는 절후이다 따라서 여름의 무더운 기운이 도래하기 전에 모심기를 마치는 것이 벼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서 전에는 모내기를 마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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