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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본문

내이야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9. 22:21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얘기는 사람의 존엄은 사고하는 데 있다는 것을, 생각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데 있습니다. 비록 한잔 술에 들떠 담론을 나누며 술렁이는 세월 속에 지내 온 나이지만, 이제 삶의 봉우리에서 내리막을 향해 걸어야 하는 시점은 자각하고, 지평선 멀리 노을의 아름다움을 지켜보는 심정이 늘 이대로이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했습니다. 이미 자정은 훨씬 넘었고요. 택시에서 내려 편의점에서 호기롭게 아내에게 전화를 겁니다."여보!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 어이구 이 원수야 언제 철들래! 빨리 집으로 오기나 해!" 순간 술 한잔에 빗댄 호기는 저 멀리 달아나고 후줄근하고 가녀린 중년 남자 하나가 텅 빈 밤거리에 외로이 서 있습니다..

비척비척 가로등 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배기를 꼬부라져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이층 삼층 양옥집 사이에 푹 꺼져 몰골이 휑휑한 낡은 단층집으로 들어섭니다. 종알대는 아내의 푸념을 뒤로한 채 몇 시간 동안 시중 담론을 주절대며 뻐끔대던 담배에 쩌든 옷 거풀들을 휘휘 벗어던지자 욕실에 니코틴 냄새가 진동합니다.

아랑곳 않고 거울을 바라다봅니다. 두 눈동자는 이미 퀭하고 다리는 풀려 비척이는 낯선 남자 하나가 보입니다. "아 저 놈이 나로구나!"슬쩍 윙크를 해 봅니다." 이런 세상에, 거울 속에 비친 꼬락서니 하고는. 눈시울은 붉으죽죽, 눈망울은 팔다 남은 어물전의 동태 눈알이요. 자글자글 눈주름이 도드라진 저 화상, 세상 저리 못 생긴 녀석이 다 있을까! 그래도 거기 살아 있는 게 너라서 반갑다."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하루 일과에 종을 칩니다

이제 낼모레면 이순이 됩니다. 흔히 얘기하는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동안 나름대로 굴곡진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내 이름 석자를 내 세울만한 뚜렷한 족적도 없이 주위분들의 도움을 당연한 듯이 받으면서 뻔뻔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일말의 거리낌은 있었나 봅니다. 와중에 스스로 남에게 폐는 끼치지 말자.. 조금만 신경 쓰면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지키며 살고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자 하며 살아 오려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다짐뿐이었고, 그 사소함도 제대로 지키지를 못하면서 삶에 스치는 바람 따라 이러구러 살아오다 보니 어느덧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의 나이가 다가오고 있네요.

그렇다면 지금쯤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언감생심 하늘의 뜻은커녕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마누라의 의중도 제대로 모르면서 오늘처럼 술에 취해 중언부언 주절거리는 날만 늘어 가고 있습니다. 자글자글한 주름도 감추지 못한 채 성질머리 팍팍하고, 변변한 재산도 없이 허랑 허랑 지내 온 데다 소갈병까지 지녔으면서도 이렇듯 술과 담배를 놓지 않고 살아갑니다. 작은 일에 팔팔하여 대범치 못하고. 큰 일은 나 몰라라 소심하니.. 이것 참! 지금껏 살아온 게 용합니다.

철들자 가버릴 것 같은 헛헛한 삶에 공 것 같은 인생입니다. 그래서 가버리고 싶지 않고, 철들고 싶지 않은 철부지 같은 지천명이라 자칭합니다. 그러고 보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는데 김 도향 씨의 이 노래가 들리더군요 "내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부분에서 괜스레 마음에 짠한 진동이 울립디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흘려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살아버린
내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잃어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2014.5.30   -그루터기-

https://youtu.be/ccVgUU25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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