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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전농국민학교 제24회 졸업앨범 해부도 작성의 辯[변] 본문

내이야기

전농국민학교 제24회 졸업앨범 해부도 작성의 辯[변]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9. 21:26

전농 국민학교 제24회 졸업앨범 해부도 작성의 辯 [변]

 조심조심 옹쳐 매어져 있던 매듭을 풀었다. 당초 하얗던 매듭은 지난 세월 동안 빛이 바래 마치 남산골 딸깍발이의 이처럼 누렇게 변해 있다. 첫 장을 젖히자 스쿠루 우지의 굳게 앙다물고 숨어 있던 녹슨 철침이 옹골지게 쳐다보고 있다.

 "녀석아! 네가 그리 고집을 피워 봐라, 내가 네까짓 놈 팔 하나 못 젖힐까 봐"

말은 야멸찰지언정 부드러운 손길로 살살 달래며 철침이 팔을 벌려 떼어 냈다. 매듭과 철심을 제거하자 이윽고 오십 년간 함께 짓눌려 살아오던 앨범의 낱장들이 시원스레 기지개를 켠다. 국민학교 졸업앨범을 해체하는 중이다.

하드보드의 겉장을 넘기자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 호에서 천천히 달에 첫 발을 내딛는 투박한 사진이 보인다. 사진의 옆과 아래에 졸업연도, 전농 국민학교의 타이틀이 보인다. 황국 시민을 줄여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명칭을 바꾼 일제의 잔재지만 나는 초등학교라는 단어가 아직 입에 설다.

그 첫 장부터 선생님들의 단체사진이 있는 부분까지는 별장으로 묶여 있고 그 뒤로 6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똘망똘망한 남학생들의 사진들이 주르륵 편철되어 있는데 여학생들의 사진은 없다. 앨범을 찾아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한 학년이 천이백여 명! 많기는 하지만, 여학생 반은 이러구러 여덟 반! 한 반에 두 장씩 배려해도 다 합쳐 봐야 열여섯 장만 더하면 되는데, 돈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던 당시 선생님들의 고육책이었으리라 이해는 가지만 나이 든 지금은 앨범을 펼칠 때마다 진한 아쉬움이 든다. ? 국민학교 시절 통틀어 내가 아는 단 두 명의 여학생 남궁 영순과 김 은선 두 친구의 사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그냥 궁금하다.

매 장마다 관철된 습자지가 나풀거린다 어려운 환경 중에 그나마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을 받는 유일한 증표의 습자 간지이다. 고급 하드 정장의 서적에서 저자의 사진 앞에 존경의 표시로 살포시 끼워 넣던 습자 간지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저명한 저자인 듯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준 덕일 테다.이제 앨범이 모두 해체되어 커다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이렇게 조심스레 앨범을 해체한 이유는 얼마 전 한 친구가 오래전에 앨범을 잃어버려서 자신과 친구들의 옛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아오며 초. , 고교 시절의 졸업앨범을 잃어버린 친구가 의외로 많음을 보았다.

사실 졸업앨범을 보며 추억에 잠길만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 얼마나 될까! 각자 세월의 굽이마다 격랑이 몰아치고 굴곡진 삶들을 살아온 친구들이 많을 것이고, 그저 평안함으로 초지일관하면서도 추억을 반추할 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친구들일 게다.

대부분 친구들의 현재를 짚어 보면, 대충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준비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시점이 도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그 삶의 봉우리에 올라 지나간 세월을 내려다보는 휴식의 순간인데 문득 지난 세월을 되짚다 보니 저 아래 실 개천가에 고기잡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옆의 친구를 바라보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오호통재라! 바늘이 지끈둥 부러지는 게 아니라 추억의 고리가 와지끈 부러졌는지 고기 잡는 옆 친구 얼굴도 본 듯 만 듯 어색하고, 이름은 더더욱 가물가물 기억이 나질 않네! 그제야 아차 싶어 졸업앨범을 찾는구나. ! 그렇게 앨범을 찾는데 평시 눈앞에 있는 듯하던 그놈의 앨범은 책장을 뒤져도, 장롱을 뒤져 봐도 보이질 않아. " 여보! 마누라.. 엄니.. 아버지. 얘들아!"온갖 부산 떨며 찾아봐도 숨바꼭질하려고 꽁꽁 어디로 숨었는지 당최 뵈질 않네그려!

"아뿔싸! 이런"

이제 와 후회하고 생각을 봐도 감쪽같이 사라진 내 추억은 다시 찾을 수 없구나.. 바로 그럴 제. "여보 자네! 이리 와 보게!" 저리 당황하는 친구들을 위해 내 오늘 내 앨범의 사지를 풀어내고,머리 어깨 무릎 팔다리의 모습과 심장의 온기까지 하나하나 렌즈에 담아 이곳에 쫘악 정렬시키는 적어도 大 전농 국민학교 24회 졸업생 중 앨범이 없어 코흘리개 옛 친구의 얼굴을 못 보는 안타까움 하나는 시원스레 해결하였다 본다. 하여 이 글과 함께 앨범 사진을 찾아 지난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되살릴 꼬투리 하나 챙겨 가는 친구들은 그저 고맙다는 한 마디쯤 툭 던지고 마음 편히 이곳을 떠나길 바란다.

" ! 그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한다고 내가 원망하지는 않을 테니 당신 맘대로 하시구려!그런 분은 내 친구 아니라 치고 안 보면 되지 " " 아 참! 하나 더 바란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가 학창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

오늘 어쭙잖은 작업을 하느라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친구를 위한 마음으로 수고했으니 더없이 평안하고 흡족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도 내 안 같아 저리 푸르고 맑구나. ! 좋은 날이다..   

2014. 5월의 마지막 날에  - 김 현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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