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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월미도를 품는 마음 본문
월미도를 품는 마음
옛 시인과 명사들이 쓴 월미도 이야기들을 찾아 읽다 문득 그들과 함께 월미도를 느끼고 싶어 월미도행 버스를 탔다. 지척에 두고도 행락객들과 놀이 기계들의 고성에 힘들어하고 번잡함에 찌든 월미도의 아픈 모습이 보기 싫어 외면했어도 모처럼 찾은 객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상처투성이의 월미도가 안쓰럽다.
토월회 출신 작가인 이 서구가 인천 여행기 "월미도의 일야"에서 그와 동행했던 최 기자의 애인이 "왜 월미도라 이름을 지었는가요?" 라 묻자 " 인천을 빗기는 달은 번번이 이 섬 너머로 기웁니다. 그러므로 월미도라고 하였다나요" 라 답하는 말이 있다. 한자말 그대로 '달의 꼬리'라 일컫는 말보다는 훨씬 운치가 있는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화려하고 번쩍이는 네온과 놀이기구가 없던 그 시절이지만 서울의 이름난 풍류가객들이 소문난 관광지인 월미도의 조 탕과 욕장을 찾아 '선유정' '금송정;과 같은 고급 숙소에 딸린 정자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달이 기우는 월미도 밤의 흥취를 느끼는 호사를 부렸단다.
그러나 저네들처럼 허랑 허랑 지내는 것만이 풍류라 할 수 없고, 월미도를 "해미인"이라 칭하며 정갈한 운치를 보여 주는"삼 청일객"이라는 이가 있으니 나는 그의 호만 주워 들었을 뿐 무엇을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한 식자층의 한 분임을 그의 "인천 월미도"라는 수필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월미도에서 보는 영종도의 고운 빛을 예찬하며 두 섬을 애인의 경지에까지 올려놓았으며, 선유정 같은 곳의 고급 누각에서 구경하며 즐기는 것을 부르주아적인 귀족 취미로 치부하고, 월미도 북변 쪽 얼기설기 지은 탁주가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면 양액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 만리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쾌감이야말로 월미도의 여름 운치 중 가장 특색이 있다고 고하였다.
이런 운치 속에 몸을 담다 보면 스스로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깨달음도 우연이 아니라는 도인의 풍모를 내보이니 새삼 그의 신상도 궁금하거니와 그의 그윽한 운치를 차용해 흉내 한 번 내어 봄직하여 내년 여름 즈음에는 나의 친한 벗을 불러내 탁주가가 있었을만한 화방 정주 변의 정자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삼 청일객의 고고한 정취를 한 수 배워 봐야겠다.
오늘따라 월미산에 어눌한 달빛을 내리는 저 달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옛 시인들과 교류하듯 우쭐해지며 지난 달포 간 어수선했던 심사가 올올이 풀리는 듯하다. 달빛에 겅중대는 검푸른 물결들은 이태 전 친우들과 떠난 여행 첫날! 길 잃은 나그네들의 심정을 푸근하게 안아주던 장승포의 부연 물빛과 포개지면서 월미도를 품는 마음이 아련하다
2014. 11.6 - 그루터기 -
월미 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