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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틈달 첫날의 풍경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1. 16:12

미틈달 첫날의 풍경

미틈달 첫날에, 이러구러 여러 가지 일이 내 주변에 서성였다. 석이의 큰애가 성인이 되는 축복스런 날이었고, 사람의 최상의 수명이란 뜻의 상수에서 한 해를 못 채운 아흔아홉 백수의 연세에 황해도 묘원으로 모셔지는 경구 형님의 모친과, 한국 가요계에서 마왕이라 불리던 신 대철이라는 가수가 오십도 훨씬 전에 씁쓸하게 가는 날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전화를 해 주신 조치원 형님의 제의에 아들과 나의 입장의 조율을 해 보면서 잠시 흔들리기도 한 날이었다.

오늘 석이 아들이 장가를 갔다. 입매가 엄마 닮은 아이. 이제는 어른이 되는 의례를 치렀으며, 한 명의 사회적 성인이 됨을 축하하러 KBS 신관으로 여러 친구들이 모였다. 멀리 정선에서 대형이가 오고 영주에서 일하는 승원이도 아내를 동반하여 참석했다. 지금은 청주에서 일하는 용옥이도 얼마 전 혼사를 치른 기범이도 그리고 종윤이 영철이도 왔다. 인걸이, 두열이, 윤석이 부부도 참석해 혼례를 축하해 주었으며, 시간을 잘못 알았던 영식이와 중기가 제일 나중 도착했다. 마침 오늘 이사를 하는 광진이와 아내가 아픈 민성이와 일이 있는 성환이는 참석을 못했지만 마음을 다해 용이를 축하해 주었다. 광진이의 행복과 민성 아내의 쾌유를 빈다.

산다는 게 특별함이 있고 없음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일 게다. 긴 삶을 살아가다 어느 하루나 며칠 혹은 짧지 않은 기간이 자신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기는 하겠지만, 하루를 지내는데 그리 특별함이 있는 날은 별로 없을 것이나 오늘 같은 날! 용이와 그 아내의 입장에서는 삶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날이니 매우 특별한 날이라 할 것이며, 경구 형님과 신 대철의 가족 입장에서는 슬픔을 간직하게 되는 특별함을 간직하게 되는 날이라 하겠다.

혼례가 끝나 K.B.S. 홀을 나오자  공무원들의 데모 행렬과 그 데모를 막아서는 전경들의 정돈되지 않은 술렁이는 모습들이 여의도 전체에 무질서를 가득 채운 형국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입장도 딱하고 그를 막아 선 전경들의 젊음도 딱하다. 나 역시 공무원 출신이기는 하나, 오늘과 같은 성격의 데모는 국민들의 정서와 사뭇 동떨어진 극히 이기적인 성격의 데모라 할 수 있으니 거시적인 입장을 취해 다소의 손해를 감수하며 정부의 입장을 따라야 옳을 것이나, 그들의 미래와 노후가 걸린 일이니만큼 사생결단으로 이미 집단행동으로 나선 저들에게는 그저 마이동풍일 것이다.

사방 펼쳐진 길들은 경찰버스와 전경들의 인의 장막으로 막아져 한강으로 나오기까지 한참 동안 여의도를 빙빙 돌아 나왔다. 낼모레면 입동이라 공무원과 전경들의 발치에 노랗고 붉은 단풍들이 다그락거리는 낙엽 되어 흩날리고 있다. 떨어지는 것 중에 아름다운 것이 낙엽이라 어제 흩뿌린 가을비에 떨어진 낙엽들이 가을의 마지막을 붙들고 있다.

 2014.11.1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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