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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인천의 영화광 본문

내이야기

인천의 영화광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0. 16:28

인천의 영화광

오늘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엘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지난 8월부터 영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기에 진즉부터 벼르다 오늘에서야 짬을 내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인천의 영화광"이라는 기획전시 포스터가 마중 나와 있네요. 이른 시간이라 여유 있게 뱃모양을 본 따 지어진 박물관의 뱃전에 올라 가을을 뽐내듯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 시내의 맑은 모습을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노랑 버스가 주차하더니 하나 둘 손을 잡고 수없이 많은 유치원생들이 박물관을 향해 오르는 모습들이 마치 병아리 떼 우르르 달려가 듯 장관입니다. 아차 싶었지만 설마 유치원생들이 추억의 옛 영화를 보러 오지는 않았겠죠.

전시실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아무도 없습니다.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특별전시실입니다. 이번 전시는 영화광이었던  고 이 광환 씨의 일기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하였답니다. 인천은 가히 영화 산실의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애관은 그 전신이 1894~5년 부산 동래 출신 인천 거부 정치국이 세운 인천 최초의 극장 협률사였으며 이 극장이 한때 축항 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25년경부터 애관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니 이 이름만도 90년이나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이번에 전시된 포스터들은 주로 50년대 상영된 영화를 위주로 구성되었는데 외국영화는 에덴의 동쪽이나 이유 없는 반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케이 목장의 결투 등 몇몇 영화를 제외하면 그 제목마저 생소한 영화들이며 한국영화는 자유부인 외에는 들어 보지 못한 영화 제목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저 옛 포스터에서 낯익은 영화배우들의 이름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젊은 시절 찾았던 영화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포스터 중에는 인천에서 찍은 사랑이라는 영화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김 진규와 허 장강 그리고 황 정순, 주 증녀씨등 일세를 풍미하던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공교롭게도 박물관을 다녀오자마자 신문에 실린 춘원 이 광수의 딸 이 정화 박사의 인터뷰를 보면서 국가가 지키지 못한 나라를, 시대의 지식인에게 무조건 지키라 강요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실과 알지 못했던 편린들의 조각을 꿰맞추고 내리게 된 자의적 해석이지요. 그래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감사를.. 미워하는 분들에겐 사과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장이 아프더이다.

인터뷰 중에 소설 "사랑" 은 폐와 신장을 하나씩 떼어 내고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던 춘원이 침상에서 구술해서 썼다는군요., 영화는 힘든 산고의 아픔을 겪고 태어 난 춘원의 역작 "사랑"을 각본으로 하고 율목동과 송현동 세트장에서 촬영하여 내가 태어나던 해에 개봉되었기에 스스로 그 의미가 더해지고 애정이 가더군요. 언제고 한 번 찾아서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전시물은 포스터가 주를 이루고 스크린을 설치해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오케이 목장의 결투"를 보여 주어 생동감을 주었으며, 영화 시사권과 할인권, 애관극장 광고판과 극장 매표소 모형 및 스틸 사진, 전시장마다 그려놓은 배우들의 스케치 그리고 전단지와 영화잡지 등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을 활용해 전시해 놓아 소소한 재미를 주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추억을 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 것만으로 충분히 전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전시회를 다녀오자마자 영화음악 전문 블로그를 찾아 1940년대부터의 영화 한 편 한편 섭렵하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오버 더 레인보우"를 듣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테마곡과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카사블랑카"에서 들을 수 있는 "As Time Goes By" 도 찾아들었습니다.

수십 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영화음악을 들으며 영화가 주는 시공간적인 채움을 소중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비비안 리"도 갔고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도 갔지만 영화와 음악은 남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중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그래서 명언이라 하나 봅니다.

 2014.10.14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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