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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하루를 보내면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1. 16:45

하루를 보내면서

오늘도 하루 일과가 끝나갑니다.

늘 이맘때면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며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난 몇 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던 분의 정년퇴직 송별연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삼 년 뒤면 나 역시 그분처럼 이곳을 떠납니다. 삼 년 뒤에 내 심정이 어떨까 스스로 궁금하네요! 오늘 떠나는 분의 소감을 한번 들어 봐야겠습니다. 지금의 심정이 어떠신지!.. 다른 일자리는 알아보셨는지! 어떤 말을 해 줄까 궁금하네요.

이렇게 정년을 맞아 떠나시는 분들을 보게 되면 미래가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아픔을 곰삭였던 지난날들이 회한이 되어 돌아옵니다. 스스로 명퇴할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신감이 넘쳐 사직서를 제출하는데 아무런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었는데 이제는 한해 한해가 새롭기만 합니다.

주위에 벌써 정년을 맞이한 두 친구가 있습니다. 아직 퇴직 후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앞날을 설계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얼마 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럼없이 물어봤습니다. 둘 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을 찾아야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막상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엄두를 못 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도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현재 베이비 부머들의 애환이자 그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가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참 큰일입니다. 정년이라는 굴레에 코가 꿰인 분들의 미래는 누가 챙겨 줄까요! 용돈도 안 되는 연금마저도  퇴직 후 몇 년을 기다려야 지급받을 수 있으니 연금수령 이전의 공백기에는 어떻게 생활을 꾸려 나갈 것이며  노후의 삶은 또 어찌 꾸려 나갈까요!.

가장으로서 가족의 평안을 누리게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데 그 평안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음을 해가 다르게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大한국인이라는 자존심이 점점 스러지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던 청년시절의 애국심은 이제 어디로 갔는지! 국가가 심장에 불을 붙여 주어야 할 텐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요원하기만 합니다.

사십 년간을 개미처럼 일했는데도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점점 나이 들어가는데 대한 중압감은 커져만 가는데 현실적인 돌파구는 보이지 않으니 애꿎은 술 담배만 찾게 됩니다. 뾰족한 수가 안 보이다 보니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마음의 발현입니다. 그나마 낼모레면 담뱃값마저도 두배로 인상되니 쓰린 마음의 피난처마저도 뺏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큰맘 먹고 끊어야겠습니다. 소비를 줄이는 게 저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테니까!

퇴직하시는 분을 생각하다 보니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내 입장을 자꾸 대입시키게 되나 봅니다. 그래도 떠나시는 분을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아쉬움 없이 챙겨 보내 드리는 것이 후배 된 도리겠죠. 지금 당장은 그분의 입장이 더 착잡할 테니까요, 며칠 전 직원 한 분이 소형 빔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기에 꼭 챙겨 오라 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동안 야유회, 단합대회 체육대회 중에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송별식장에서 상영해 드릴 겁니다. 회사 주변의 사진들도 배경으로 넣어 매 장면마다 추억이 서려 있을 테니 아마 퇴직하는 당사지에게는 감성적인 송별연이 될 수 있을 테지요. 마침 송별장소에 큼직하니 하얀 벽면이 있어 스크린으로 쓰기도 안성맞춤이더군요. 그나저나 내 송별식은 어떤 분이 챙겨 줄지..

2014.12.22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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