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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보내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1. 18:30

 1월을 보내며

창밖의 달이 볼록해졌다. 며칠 후면 보름이자 입춘이다 겨울이 힘을 잃는 절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의미라 하겠지만 백두대간은 아직도 눈에 쌓여 겨울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내 앞에서 흐르며 지나고 있다. 모두 삶에 연결된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들이자 앞날에 대한 가르침의 지표이기도 하다.

신년 벽두에는 큰애가 취직을 했다는 낭보가 들려 올해는 좋은 일만 다가 오기를 기대하게 하였고,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수 십 년 연락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 뜻밖의 즐거움도 누렸으며, 월간잡지에 내 이름을 거명하며 인연의 변을 기고해 주신 방주 펜션의 유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보듬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가? 불과 두 주일 상간에 절친한 친구 두열이의 어머님과 석이 아버님께서 하늘로 떠나시는 슬픈 소식도 들어야 했다. 우리들 연배가 치러 내야 하는 통과의례라 할 수도 있지만 지난 초여름 친구 둘을 보내면서 느낀 바 있었는데 바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의 공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누구에게 하소연할까!

지난 토요일에는 동생네와 함께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모사고 나와 생신맞이 저녁을 먹으며 아직도 따스하게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에 먹먹해졌다. 불편한 몸이 된 것을 아직도 느끼지 못하고 식당에서 내게 의지하며 걸으면서 연신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날카로이 가슴을 찌르며 지난다. 아프고 아프다. 언제 들어도 따뜻해야 하는 말, 따뜻할 수밖에 없는 말, 사랑이 뭉근하게 배어 있는 그 말 어머니..

은찬이로부터 편지가 왔다. L.A. 에서 멕시코 빈민선교를 시작한 은찬이는 없는 가운데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영혼이 다치지 않고 순수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친구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있다. 목사라는 신분으로 다른 민족의 영혼에 힘을 주고자 노력하는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아무리 목사로서의 소명이라 한다 해도 굳이 빈민선교를 하려는 친구의 의식은 테레사 수녀님의 마음과 한 가지일 게다. 60년대 한국의 열악한 환경과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멕시코 아이들을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슴지 말자는 친구의 외침에서 커다란 울림을 읽을 수 있었다.

엊저녁에 뉴질랜드로 돌아 간 인수와 로마에 가 있는 재영 수사와 대화를 하면서 세상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얻었다. 그리고 새벽녘에 L.A 사는 은찬이에게 메일로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침에는  애틀랜타에 사는 익현이와 그리고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선배와의 대화를 하였으니 이 모든 것이 S.N.S. 가 아니고서는 불가한 상황이지만, 수단보다는 모두가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한마음으로 소통을 하며 지내는 소중한 정이며 사랑이라 하겠다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석현 형님의 아들내미 혼인식이 역삼동성당에서 치러진다. 지난달 송년회 때 만났던 선배님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를 축하도 하고 지난 얘기도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날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어제 돌아 가신 석이 아버님을 찾아뵙고 조문하며 동창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면서 정과 사랑이 덧입혀지고 그런 소소하게 살아가는 날들이 더해져 범부의 인생살이가 꾸려지는 게 아니런가. 이런 나 스스로에게 전할 말이 있다." 그루터기 씨! 주위를 사랑하며 매일을 귀히 여기며 사세요

1월의 마지막 날에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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