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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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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속의 토요일 풍경
처서를 앞둔 오늘 전형적인 가을날의 시작이다. 더위 예보와 함께 더운 날 북쪽애들이 열받게 한다면서도 건강한 하루를 지내자는 말로써 하루를 열었던 은남 누나는 잠시 후 서산으로 보신탕을 먹으러 떠났다고 알려 왔다. 그러자 민정누나는 어찌 눈 맞추고 꼬리 흔들어 주며 사는 것을 먹을 수 있느냐고 애잔한 불평을 하고 영일 형님은 그 말에 역장단을 치며 구성가대 카톡의 하루가 왁자하게 시작되었다.
석이가 2/4분기 정기모임 때 가려다가 메르스 사태로 무산된 산막이 옛길을 가자며 번개를 치자 몇몇 친구가 동조를 하며 오늘 일찌감치 괴산으로 떠났다. 하필 엊그제 북한의 무력도발 후 자기네들은 포탄을 발사하지 않았는데 남한이 억지 구실을 댄다며 억지를 쓰면서 오늘 5시까지 대북 확성기 시설을 치우지 않으면 강력한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라서 함께 가지 못한 완규가 미리 대피했느냐는 농적인 일침을 가하기도 했지만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에서 대화를 위한 남북한 고위급 접촉 소식이 전해지자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명호는 작년에 하늘로 간 달원이를 찾아 수원 연화장에 가 있다며 근황을 전하자 여러 친구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이 쇄도한다. 미처 가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친구를 그려하는 마음들이 날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정구는 지리산엘 오른다며 산자락 임실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자랑스레 올려놓고, 승희는 인천에 모임이 있다는 전갈과 함께 끝나고 술 한잔 하자는 메시지를 던져 놓았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까지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거하게 취해 집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 외에 페이스북에서도 여러 친구들의 소식이 전해지고 밴드에서도 이런저런 소식들과 잡담들이 웅성거리는 하루 중에 나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 어제 아내와 다녀온 인천 국제문화교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자유공원의 제물포구락부에 다녀온 동영상을 카스에 올려놓고, 간혹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어들며 하루의 일상을 시작하였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토요일의 프리미엄을 만끽한 아내는 다음 주에 떠날 여행 준비를 한다면서 머리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고 네 달 만에 다시 북경으로 출장을 떠난 큰 애는 맑은 하늘이 펼쳐진 북경시내의 사진을 보내왔다.
저녁이 되자 산막이 옛길에서 찍은 사진들이 속속 도착하였고, 정구 역시 지리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은남 누나는 전골냄비에 오리주물럭 고기가 그득 담긴 사진으로 만인의 침샘을 고이게 하였으며, 며칠 전 제주의 한 복지시설장으로 부임한 춘진 아우는 주말을 맞아 귀가하는 중에 시설에서 운영하는 메뉴 개발차 들렀다는 홍대 앞 카페에서 찍은 생캐러멜 빙수와 케이크인지 얼음 음료인지 모를 음식 사진을 찍어 올려 그의 추종자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
카톡 속에 보이는 토요일 풍경 속에서 나 비록 근무를 하여 이들의 즐거움과 일상에 직접 동참은 하지 못했어도 친구들이 보내준 산막이 옛길 사진들을 그러 모아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면서 마치 함께 다녀온 듯한 동질감을 느껴 보았고, 간간이 이곳저곳의 대화에 끼어들어 수다를 떠는 중에 무재칠시의 하나인 화안시를 떠올리며 의도적으로 입꼬리를 올려도 보고 몇 마디의 좋은 말을 더하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렁 더울렁 풍성한 하루를 보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무엇보다 전운이 감돌던 분위기가 우선은 풀어졌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날이라 하겠다. 그루터기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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