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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센트럴파크와 볼트 본문
센트럴파크와 볼트
오랜만에 남수 부부와 진성이를 만나 하루를 보냈다. 하필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계획했던 소무의도 둘레길 걷기를 포기하고 우선 숭의 가든에서 식사를 하고서 송도 센트럴파크로 방향 전환을 한 뒤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다 진즉부터 한번 가보고자 했던 중학교 동창 용상이가 운영하는 김포의 카페엘 들러 회포를 풀며 조촐한 하루를 보냈다,
일찌감치 인천에 내려와 우리 부부를 기다리던 순진씨가 페도라를 쓰고 나타난 내 모습을 보고 남수도 비슷한 모자를 쓰고 왔다면서 그 우연에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들의 만남에 즐거움 하나를 얹었다. 이심전심인가 두 녀석 다 평상시에 안 쓰던 모자를 쓰고 그것도 캡이 아닌 보터형의 페도라와 파나마를 썼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센트럴파크에서는 그냥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 좋았을 텐데 비 온 뒤끝에 해가 내리쬐는 바람에 보트를 타고 편히 호수를 한 바퀴 돌려했으나 다섯 명이 한 배에 탈 수 없고 배를 2 대나 빌려야 하길래 비용이 부담이 되어 할 수 없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4인용에는 우리 부부와 진성이가 2인용 자전거는 남수 부부가 타고서 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하였다. 하지만. 4명이 타는 박스형 자전거가 그렇게 무겁고 힘만 드는지 몰랐다. 온몸에 땀이 젖도록 호수를 다 돌지도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남수는 언제고 순진씨와 2인용 자전거를 타 보려고 작정을 하고 있던 터라 아주 만족스러워하니 비록 우리는 힘들었다 해도 남수에게는 정말 잘된 선택이라 하겠다. 하지만 2인용 자전거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원길이라 자전거로 인한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그렇게 무겁고 속도가 나지 않게 제작했을 거라 생각하니 그제야 아하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껏 땀을 뺀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남수를 보고 싶다고 하는 중학동창이 하는 카페로 시원한 차 한잔씩 하러 가기로 하였다. 한참을 달려간 곳은 한강변 고즈넉한 곳에 있는 볼트라는 뮤직카페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용상이의 음악과 운동을 즐기며 평안하게 살아가는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졸업할 당시에 훈만 이와 윤재와 한 반이었는데 두 친구를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하기사 지난 오랜 세월이 있으니 이름만 가지고 모른다 몰아세울 수도 원망할 수도 없다.
우리 세대에 서울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이들은 동창들을 많이 알기가 매우 힘들다 한 반에 팔십여 명씩의 친구들이 공부하던 국민학교 시절이나 칠십여 명씩 공부하던 중학교 때나 동네 친구 외에는 주위의 친한 몇몇 친구들마저 사귀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인한 S.N.S의 기능이 발달하여 이렇게 옛 친구들을 만나 볼 기회라도 주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만해도 국민학교 친구 상구와 민규 중균이를 순차적으로 찾을 수 있었고 외국으로 떠나가 십여 년간 소식이 끊어진 세상 천지간 제일 친한 친구인 남수를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다 S, N, S의 덕분이었으니 진정으로 내게는 복스런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만나도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결국 집안 얘기가 주가 되고 부모님의 건강상태와 아이들의 근황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들은 장성한 아이들의 결혼과 손주들 얘기에 귀를 쫑긋하게 되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대비에 신경들을 쓰기 마련이다. 오늘은 얼마 전 군에 입대한 남수의 작은애의 첫 외박 일정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우리 애들의 얘기와 진성이 딸내미의 오디션 얘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몰랐었고, 용상이와는 그간 살아온 얘기와 주변 친구들 근황과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편하고 즐겁다. 만나면 좋은 친구..로 시작되는 모 방송국의 카피가 그래서 귀에 착착 감겼던 모양이다. 이렇게 오래오래 자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지. 그러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챙기려고 9월 1일부터 담배를 끊었다.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실행하려고 했지만 이제야 결심을 하고 실천을 시작한 것이다. 언제까지 금연을 하며 의지를 펼쳐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참을만한 것을 보니 일단 시작은 성공적이다. 이런 상황이 한 두 달 일 이년 계속되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정말 그리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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