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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돌날이를 관람하고 나서
지난 금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광복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공연하는 돈돌날이를 관람하고 왔다. 진성이의 사촌동생 영범씨가 함경남도 북청 민속예술 보존회 이사장 인 데다 수 십 년 동안 못 만나 애태우던 절친한 친구들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만나게 해 준 인연을 그러 안고 초대하여 이번 공연 관람에 그 의미가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사춘기 시절 남수 덕분에 청량리 그리스도교회를 매개로 만나던 친구들.. 불과 이 년여의 시간이었지만 오롯한 추억의 꾸러미만큼 아직도 가슴 한편에 잔잔히 숨 쉬고 있는 중이다. 다소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이 식순이 있어 공연시간은 한참 남아 남수 부부와 함께 이층에 자리했다.
돈돌날이 공연은 처음 접한다. 돈돌날이는 동틀 날이다. 남한에 아리랑이 있다면 북한에는 돈돌날이가 있다. 북한 전역에서 돈돌날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연행하였는데 특히 함경남도 북청군 돈돌날이가 가장 유명하였다.
정월대보름 전날,한식,단오에 연행한 놀이로서 원을 만들어 춤을 추는 것은 동틀 날에 해를 형상화하고 부녀자들의 단합된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부녀자들은 돈돌날이를 연행함으로써 봉건제도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권리를 되찾는다는 의지를 표현한 민속놀이로 정월대보름 전일에는 도청을 중심으로 연행을 하고 한식에는 속후면 모래산 돈돌날이가 유명하였으며, 단오에는 남대천 산북청 철교 밑의 놀이가 대규모로 성행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여 놀이를 금지당하는 조치를 받았음에도 민족의 혼을 간직하기 위하여 줄기차게 연행되었다.
남수를 비롯해 오늘 이 곳을 찾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북청분들이다. 흔히 말하는 실향민들인 것이다.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육십여 년동안 단장의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고향의 맥과 정신을 잇고자 노력하고 연습하여 고향민들과 주변분들을 초청하여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공연이 끝나고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주연이 있는 곳에서 비로소 오늘 만남의 주역들인 진성이와 승희 그리고 정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승희와 진성이는 오늘 안내를 맡아 애를 썼다. 무엇보다 승희와 진성이의 재회가 나와 남수와의 재회처럼 영범 씨의 중개가 큰 역할을 하였음에 지금 이 시점이 꿈만 같으리라.
오늘 대진이를 만났다. 버스 종점 근처에서 살던 대진이는 큰외삼촌과 이름이 같아 절대 잊을 수 없는 친구인데 여직 옛 모습이 살아 있다. 남수를 만나며 소식은 듣고 있었어도 직접 만나는 것은 사십 년이 넘어 처음인데 긴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친구로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세봉이는 이 년 전에 은찬이 생일날 봤기에 스스럼 없었으나 태봉이란 친구도 역시 대진이와 마찬가지로 사십 년 넘어 만나게 되었다. 어린시절에 맺은 친구 사이를 총각교[總角交]라 하는데, 죽마고우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우리들은 한창 피끓는 청춘시절에 만났고 젊음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던 친구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지표를 새겨나가던 소중한 시기에 삶의 의미를 서로 전달해 가면서 꿈을 나누던 친구라서 그 만남의 기쁨이 더하고 그래서 그들을 잃고 그리워하던 시절이 더욱 애달프다.
이제는 일상에서 평범함 속의 내면을 느끼고, 다시 한번 숙려 하며 노숙한 세계를 들여다볼수록,삶의 이치를 깨닫는 바가 촘촘해 간다. 그렇게 친구들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진중해지면서 소중함을 볼 줄 알게 되니 머리 크고 반백이 되어서야 서서히 철이 들어 감을 느껴 본다.
주자가 말하기를 ”벗이 정직하면 나의 허물을 들을 수 있고, 벗이 성실하면 나도 그를 좇고, 벗이 견문이 많으면 나의 지혜도 밝아짐으로 앞날을 혜량 할 수 있다 “하였다.
비록 수 십 년 헤어짐이 있으나 그간 살아오며 서로의 습습한 인성을 놓지 않았음을 소통시킨바 돈돌날이를 관람한 오늘 이후라도 막역지우[莫逆之友]로서의 즐거움을 한껏 느껴 보고자 한
20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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