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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다 본문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다
하루 출입국 인원 평균 16만여 명! 심사 구역만 8곳에 동서 간 길이가 1km가량 이어지고, 시간당 입국 인원이 평균 5-6천여 명에 구역별 심사 통로가 근 이십여 개나 되면서 수시로 개인별 이동 근무가 하루 서 너 번씩 이루어지는 이곳 인천 국제공항 심사대에서 의도적이거나 우연이 아니고서는 아는 사람과 부딪는다는 것은 로또 맞는 것만큼 힘든 일일 진대.
그런 어려운 상황이 신기하게도 얼마 전에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친한 형님의 따님 혼인식에 참석을 한 뒤 친구까지 만나 회포를 풀고 느지막이 귀가를 하여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여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식곤증에 피곤함이 겹쳐져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임시변통으로 차가운 물로 눈두 덩이를 문질러 졸음을 쫓고 있는 중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 보니 바람처럼 나타난 친구 광진이가 떡하니 눈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제 막 퇴직을 하고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길인데 자동 심사대에서 지문인식이 안되어 대면 심사대로 옮겨 오는 바람에 때마침 근무하던 나와 맞닥뜨린 것이었다. 심사대에서 정면으로 친구를 만난 것은 이곳에 근무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레바논 총리나 정 몽준의원 이 재용 부회장 및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던 손 연재 선수 등 유명인들과 직접 대면도 하고 인사도 나눠 보기는 하였지만 친구를 만나니 그 어느 유명 인사들보다 기쁨이 더하다. 그렇게 외국 출장을 자주 다니는 남수와 승희는 심사대에서 한 번도 만나 보질 못했는데 광진이와는 기막힌 인연이 닿아 이렇게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 정말 신통하기 이를 데 없다.
심사를 기다리는 뒷사람들이 있어 별다른 얘기는 나누지 못하고 보냈어도 훈훈한 마음에 그렇게 힘들게 하던 졸음이 싹 달아났구나. 정말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이 천근만근 눈꺼풀을 덮던 졸음마저 쫓아낼 정도의 영약이 되었나 보다.
긴 세월 이러구러 살아오며 너와 내가 함께 간다는 동질감으로 뭉친 친구와의 만남은 우연함이라도 이렇듯 즐거울 수 있고, 수십 년 흘러간 세월의 골에 정이 흠뻑 녹아들어 중학시절 새겨듣던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 (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 라는 공자님 말씀마저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가 보다.
"광진아! 언제 우리의 우연한 만남에 대해 이바구하면서 술 한잔 하자구나!."
2017.2.6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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