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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만났다 본문
후배를 만났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이 되어 있는, 그런 날들의 연속 중에 후배를 만났다. 양성 확진자가 제로가 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에 인간적인 관계의 접점에 배려라는 단어를 하나 끼워 두며 생각을 해 보면 서로 간의 책임이 수반되는 만남을 굳이 마다할 수는 없으리라..
한 달에 몇 번씩 만나던 친구였는데 큰 아이의 혼인식에서 얼굴을 보고 세 달이 지난 지금 만나 회포를 풀자니 서로의 심정이 애틋할 수밖에 없다.
나누는 술잔의 의미마저 각별하다. 게다가 동고동락하던 직장에서 펼쳐지는 모지란 상사와의 대립된 상황을 듣자 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욕지기가 우러나온다. 능력 없고 편향적인 사람이 조직 속에 묻혀 갑질을 하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취기가 오르는 중에도 선후배의 입장을 세심하게 챙기는 후배의 마음씀이 고마울 따름이다. 따지고 보면 만난 지 십 년도 채 안 되었는데 함께 근무하던 정리야 그저 묻어두고, 지난 추억으로 반추하며 지내면 구순 할 텐데, 내가 정년퇴직한 뒤에 두리뭉실 잊으면 될 터인데 수많은 직원 중에 유독 지금껏 연을 쌓자며 만나고자 청하는 것을 보면 이 친구가 요모조모 빠지는 내 마음을 세세히 챙겨주는 다정함이 지금까지 친밀하게 만나는 커다란 연유가 되겠다.
서로 집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장남의 입장에 대해 토로를 하며 마음이 동하였고, 상호간 도도한 심중의 각을 갈아 내며 부딪던 지난 시간의 팍팍함과, 사내의 의리를 확인하던 순간들이 그저 고맙기 때문인가 보다. 간간 오래전 끊어진 부부의 연을 다시 잇고 싶은 마음을 들을 때마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아야 너의 진심이 전달될 것'이라는 뻔한 내 얘기를 고마워하는 후배의 절절함이 수민 엄마에게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진심을 서로 공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5월이 다가왔다
새로움이 시작되는 달, 후배의 원하는 바가 엉켜있는 실타래의 꼬투리에서 가닥을 잡듯 풀려나가기를 간절히 빌면서, 한편으로 차츰 잦아드는 코로나의 위세가 사라지고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평범한 삶이 이리 간절할 줄은 정말 몰랐다.
20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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