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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애호박 한 상자 본문
애호박 한 상자
'형님! 지금 집에 계시면 제 사무실로 와 주세요'
얼마 전 집 근처로 사무실을 옮긴 인학씨가 아침 일찍 연락을 해왔다. 주섬주섬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애호박 한 상자와 오이 몇 개를 싸주었다. 어제 화천에 출장을 다녀오며 애호박을 꽤 많이 구해왔다고 기분 좋게 한 상자 내어준 것이다. 일전에 개업식에도 홍삼을 챙겨 주었는데 후배가 집 근처로 사무실을 옮겨 온 덕분에 이런저런 먹을거리 챙겨 주어 고맙기는 하지만 이게 다 신세인지라 무엇으로 갚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 이거 인학씨가 선물이라며 주더라, 아주 윤기가 자르르하고, 잔털들이 뽀송한 게 정말 싱싱하네'
현관에 들어서며 아내에게 가져온 호박을 보여주었더니, 왈!
'올해 화천애호박 생산량이 많고 코로나 때문에 소비 감소가 이어져 산지폐기를 하기로 했는데 언론에 알려져 주문이 엄청 늘어났대.. 인학씨도 화천 간 김에 사 오셨나 봐'
'음! 그렇구나 인학씨가 세상 잘 사누먼'...
아내는 정말 호박이 실하다며 오늘 저녁은 애호박전이나 부쳐 먹자고 한다. 그나저나 한 상자나 되는 호박을 혼자다 먹을 수도 없고, 여기저기 동네분들과 나눠 먹어야겠다.
작년엔가 산지폐기될 강원도 감자도 착한 소비가 이어져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 주더니 이번에도 이런 상생의 길이 열려 참으로 다행스럽다. 다만 이제는 좀 더 체계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민들의 자구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농림부 및 관리부서에서는 반복되는 농작물 가격의 급등락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구조개선 작업과, 효율적인 수급관리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하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주먹구구식의 농사가 계속되어야 할까!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는데..
20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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