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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모처럼의 외출 본문

친구들이야기

모처럼의 외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4. 23:38

모처럼의 외출

오늘은 월요일! 불과 백수 8개월에 요일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진다. 그래도 간간 친구와 후배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 주니 그로서 족하다., 오늘은 명호와 함께 차돌 짬뽕과 크림새우를 먹을 요량으로 중구청 아래 조그만 중국집엘 들렀는데, 홀에 들어서니 음식을 기다리는 객들이 젓가락만 들고 입맛만 다시고 있는 데다 밖에는 대기줄에 서넛의 처자들이 담소하고 있다 예가 차이나타운인데 기다리며 밥 먹기는 그렇고 더 유명한 큼직한 집에 가서 향토 짜장과 하양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났는데도 해가 중천이다.

해안 천주교회 옆을 지나며 삼십 초반  밴댕이구이에 막걸리 마시던 목로주점 얘기를 하는 명호에게서 옛 추억이 휘돈다. 근자에 이사 간 집의 정리가 얼추 끝나 그동안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던 게 풀어진 듯하다. 하인천 온 김에 인열형네 '서울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는데 늘 다정스레 맞아주는 푸근한 형님을 보노라면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당구장을 나와 삼국지 거리와 내가 결혼식을 올린 '한국회관'자리의  '리움 하우스 웨딩'을 지나치니 자유공원 숲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석정루'아래 지날즈음 명호가 아내에게 새로 사 준 스마트워치가 고장 나 서비스센터에 다녀오는 길인데  자기 것도 사자마자 수리를 받았는데 집사람 것도 그런다며 기계들이 자기를 멀리한다 투덜대고 있다.  도화동 친구들 중에서는 새로움을 일찌감치 접하는 얼리어답터다 보니 불편을 겪는 일도 많은가 보다.

공원한 편에 자리 잡은 '주말-WKND 라운지'에 자리 잡고 '커피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친구의 모습에서 커피 향이 연상되며 구수함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어머님에 대한 돌봄과 아내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도 듣고, 나이 들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배려심을 갖추기 위한 인성의 배양이 필요함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런저런 잡담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내려오는 길 '야조사' 앞 벤치에 앉아 담소를 하는 어르신들이 모습이 그대로 한 편의 풍경사진이다.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의 모습들을 보면서도 이전에는 그저 스쳐 지났는데 오늘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십 년째 병원 생활하시는 어머니를 비롯해, 교통사고로 일산의 한 병원에 누워 계시는 기수 형님도 떠 오르고,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아직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제수씨와 간호를 하는 막냇동생의 처지도 생각이 나고 근래 후두암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후배 정석이의 상태도 걱정이 되어 기어코 속엣말 하나 툭 내놓는다

'저 연세에 이렇게 공원에 올라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유들이 부럽구나 저런 게 복이지. 아무렴..' 

 2021.9.13

내가 결혼식을 올린 '한국회관'자리의  '리움 하우스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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