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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백수의 어느 날 본문
백수의 어느 날
'인천으로 내려 가마! 전에 얘기하던 닭알탕 먹으러 가자!'
'늘 정겨운 두열이의 목소리..
일 년은 훌쩍 넘긴 옛 단골의 방문에 환히 웃으며 맞이하는 풍차 주점 아줌마의 미소가 싱그럽다. 진갈색의 맑은 양파 장아찌와 빨간 열무김치의 때깔에 입맛을 다시는데, 낙지 알탕을 상에 내려놓으며, '많이 넣었어요!라는 얘기에 회가 동한다. 바짝 힘을 준 낙지의 오그린 자태가 풍성하고 바글거리는 발간 국물 위에 동동 뜬 노랑 알들이 먹음직스럽다.
'목에 염증이 생겼나 봐'
'그런데 술 마시자는거야?'
'모처럼 시간이 나서 오늘 아니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냥 왔어'
'조금만 마셔'
부딪는 술잔에 우정이 따르르 흐른다. 낮술에 불콰하여 바람 쐬러 월미도로 발길을 돌리고..
'부천 하고 공기가 다르구나 목이 시원하네'
'바닷가라 조금은 공기가 나을 거야 마스크 벗고 실컷 마시렴'
아닌 게 아니라 오늘 하늘이 무척 파랗고, 취기를 잠재우는 바람이란 녀석의 아부가 무척이나 곰살맞다.
'띠르릉...'
'어 이제야 철현이가 퇴근했나 보다 동인천에서 보자는데!'
'그래 아직 시간이 있으니 바람 조금 쐬고 후딱 가자구나'
늦은 오후의 햇살마저 눈이 시린데 파란 하늘과 선을 그으며 흉물스레 시야를 가린 하늘열차 선로의 궤적이 불편하다. 건성건성 주마간산..
그리고
'환승입니다'
'오 그나마 다행이다.'
'잘 지냈어?'
'동인천 왔으니 삼치골목 가자, 너 배고플테니 우선 인천의 막걸리 소성주 마셔 봐라'
삼치골목의 '인정나라'에 들어서는데 텅 빈 공간이 맞이 한다.
'오랜만이에요. 왜 이리 손님이 없어요?
흰소리에 밝게 웃으며 맞이해 주는 문학소녀 아줌마의 일갈? 조크? 아니 넋두리...
'마스크를 써서 말들이 없나.? 요즘 아주 조용해요.'
대화의 화두는 코로나와 드런 세상사, 초록은 동색, 세 녀석의 공통집합, 어머니와 요양병원... 그리고 한 녀석이 못 들었던 나의 연애사..
'아! 연애사를 글로 쓰면 마누라한테 욕먹을까? 칭찬들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한개도 아니고 세 개면 싸다구 맞을 거야'
'그렇지? 그러겠지? 그동안 참길 잘한 것 같아'
'올 겨울에 보리암 가자..'
'덜크덩...덜크덩.. 제물포역입니다!' 잘들 가렴 곧 보자!'
주인공원을 가로질러 하늘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천국에 올라서니 점점 불빛들이 아스라이 퍼지고 있다. 사위가 까만 게 밤이다. 낮에 스치던 바람보다 밤바람이 더 시원하다. 머릿속이 명징해지고 있다. 오늘도 백수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부연 불빛을 바라보다 '낙망의 시에 차운하다'라는 고산의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인간세상 모든 일을 이미 잊어 버렸지만
세상에 대한 생각만은 더욱 분명해졌네
시름 걱정은 술 깬 뒤부터 더욱 또렷해지고
아름다운 생각은 이따끔 꿈속에서나 이뤄지네
하늘은 뚝 떨어진 사막으로 산은 바다로 이어지고
바람은 긴 들판에 달빛은 성안에 가득해라
서생이 강하고 굳센 뜻에 힘입으니
이 사이에서도 심지가 또한 맑을 수 있네
2020. 5.27 그루터기 김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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