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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우연한 통화 본문
우연한 통화
늦은 밤!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라는 에세이집을 읽고 있는데 "청량리 친구들" 그룹 콜이 울린다. 마침 음악을 듣고 있느라 이어폰을 끼고 있는 상태에서"여보세요"라는 어딘가 익숙하면서 낯선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이내 승희라는 판단을 했다.
"청량리 친구들"은 사춘기 시절 교회에서 만났던 다섯 친구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카톡방의 이름이자 말 그대로 청량리를 무대로 만나던 친구들이기도 하다
자다 깨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 승희는 진성이의 친한 친구인데 오래전 헤어져 소식을 모르다가 요 근래 진성이와 다시 만나 깨알 같은 얘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중이며 그로 인해 우리 네 명이 사용하는 카톡방에 새로 가입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녀를 진성이 외에는 아직 못 만났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진성이 사촌동생이 주관하는"돈돈날이"공연을 계기로 다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통화를 하고 난 후에 확인해 보니 미국에 사는 은찬이가 아침시간에 교회 가기 전 잘못 누른 그룹콜로 인해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자다 깨어 서로 간 안부를 나누게 된 것이었다.
승희는 사춘기 시절의 나를 단편적이나마 기억하고 있는데 반해 나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얼마 전 카톡방에서 그럴 수 있느냐고 한방 얻어맞은 터라 느닷없는 한밤중의 전화통화가 매우 요긴하게 어색함을 풀어 주는 계기가 되었고 점점 익숙해져 가는 목소리에서 청량리 시절의 풋풋한 기억들이 어렴풋 되돌려지고 있었다.
전화가 오기 전 듣고 있던 Francoise Hardy의 parentheses(삽화)는 열 두 사람의 손님과 각기 둘 만의 대화를 갖는 듀오를 통해 솔로와는 또 다른 미학을 보여 주는 호스티스 아르디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 주는 앨범인데, 마침 은찬이가 잘못 누른 카카오 그룹 콜로 인해 우연하게 호스트로서의 역할을 하며 장을 마련하고 그 펼쳐진 장에서 친구들과 새벽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의 삶에 얹힌 하나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류의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계기가 다가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우리 삶에 자양분이 되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살아가는 재미가 꽤 많을 텐데.. 하지만 행운은 자주 있기는 힘들 거야. 우연은 우연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2015.11.16 그루터기
진성,승희,진열 - 청량리 그리스도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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