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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동석형을 그리며 본문
동석형을 그리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요즈음 들어 부쩍 그 느낌을 자주 헤아리게 된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희로애락과, 탄생과 결혼, 그리고 죽음이라는 수레바퀴가 엇물려 돌아가는 게 순리인데, 어찌 부음만 들릴까! 소식이 뜸 하던이의 전화는, 받고자 하는 내 맘에 긴장을 준다. 전화소리가 생경해져 간다. 한 달 전 내 친형이나 진배없던 동석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던 나약한 내 모습이 투영돼 온다.
18살에 처음 만나, 친구와 같은 형으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며, 수많은 부침의 동반자였던 형의 죽음은 , 진정 내게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주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나이의 억울함도 슬프고, 결혼을 안 하고 돌아가신 삶도 참으로 슬프다. 범부의 소소한 삶도, 그리고 가지런한 성품도, 모든 이에게 베풂을 주던 따뜻한 마음도, 살을 맞대며 쓴 소주잔을 함께 부딪힐 수 있는 작은 행복도, 이제는 서로 느낄 수 없음이 참으로 슬프다. 돌아가시고 이제껏 형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못하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이러한 마음이었는데...
나라는 사람은 왜 그다지도 슬픔을 더디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헤어짐이라는 게 두려워서 인가? 아니면 정말 정이 메마른 사람인가? 아직도 내 속내를 나도 잘 모르겠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도 흘리지 않던 눈물을 화천 산골 구석에서 동창이 죽었을 때는 참으로 오랫동안 통곡을 하던 이율배반적인 내 모습이 스스로를 혼동케 한다.
참으로 올곧고, 맑은 영혼이었다. 몸은 스러져 없어도, 형의 생각과 정신은 그를 알던 많은 이에게 인생의 바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형은 추억과 사진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빛바랜 이작도의 사진과 샤르트로 성 바오로 수녀원에서 피정 때 찍은 모습들, 그리고 모도와 딸기밭에서의 즐거웠던 젊은 날의 향기를 느끼며 성가 발표회를 준비하던 그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를, 우직한 형의 자태를 생각하며 어우르면서.. 귓전에 형이 즐겨 부르던 "향수"의 울림이 느릿느릿 들리고 있다. 울컥 형이 그립다. 2008.07.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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