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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가을 ! 내 인생도 가을이라네 본문

내이야기

가을 ! 내 인생도 가을이라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4. 15:07

가을! 내 인생도 가을이라네


차창 밖에 가로수의 빛깔이 차츰 노랗게 변해간다. 회사 근처의 가로수들은 활엽수인 느티나무 인지라 색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간간 단풍나무들의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방송에서는 낼모레쯤이면 설악산을 필두로 전국의 산하가 아름답고 곱게 단장한다고 한다.

유독 올해는 단풍에 민감하다. 내 나이가 자꾸 거슬린다. 내 인생의 계절을 빗 대자니 딱 지금 이 가을이라서 더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가을의 풍요와 결실을 맞춰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내 인생이 스스로 안되어 보이는 자기 연민 인가 생각된다. 되짚는 삶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때가 아님을 알면서도,

가는 세월을 의식을 안 할 수 없는게 인생인가 보다. 얼마 전 친구의 딸내미 혼인식을 다녀오고부터 부쩍 나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왠지 허허한 마음에 친구들이 자꾸 생각나기도 하여, 그제는 막역지우를 불러 내 소주 한 잔 하기도 했지만,
마음 구석에 있는 쓸쓸함이 풀어지지 않았다.

늦깍이 공부를 하는 마누라는 이 즈음 전혀 내 심정을 헤아리질 않는다. 오로지 자기 공부만을 대화의 줄거리로 삼고는 혼자 희로애락을 느끼며, 휑하니 공부방으로 가버린다. 자식들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아비와는 엉덩이 붙이고 얘기도 안 하려고 한다.
그저 자신의 일상과 필요성만 소통할 뿐이다. 내가 하는 말은 그저 잔소리 일뿐이다. 결국엔 나 자신과 얘기를 한다. 자문자답이다. 내가 누구냐? 너는 누구다... 왜 사느냐? 무엇이 좋으냐?그래봐야 실없다. 시큰둥하니 금세 싫증 난다. 휴일이 부담스럽다. 그냥 일하러 가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아니면 먼저 살던 동네의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구경하고 대여해오는 편도 한 궁리다.

내 인생를 빗대어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다. 그러나 , 가을은 또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거니와, 마음을 비워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껏 포용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고, 멋진 슈트를 챙겨 입을 수 있는 남자의 멋이 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참에 가을 옷 한 벌 장만하고 마누라와 인생공부 삼아 단풍여행이라도 다녀오며 조금 쓸쓸했던 이 가을의 잡념을 낙엽 속에 고이 파묻고 와야겠다.

2008년 두산과 삼성의 준포스트 시즌 2 경기째날 삼성이 두산에 14회까지 가는 연장전 끝에 7:4로 이기던 날 밤

*** 비어 있음의 뜻 ***
하늘과 땅이 비어 있지 않으면
온갖 형체를 간직할 수 없고,

강과 바다가 빈 틈이 없으면
온갖 냇물을 받아 들일수 없고,

숲이 비어 있지 않으면
나쁜 것 들을 숨길 수 없다.

온갖 구멍이 비어 있어 바람이 불면 소리가 울리고,
온갖 틈이 비어 있어 해와 달의 빛을 들인다.

서 거정 / 빈 골짜기

 

사무실앞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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