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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가을을 느끼며 본문
가을을 느끼며
사무실 창 밖에는 여러 그루의 느릅나무가 하늘거리고 있다. 이 곳에 근무한 지 만 4년째이지만 그 동안 느릅나무들의 잎이 피고 지는 것에 대하여는 무덤덤으로 초지일관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느릅나무에서 금세 미장원에서 머리손질을 하고 나온듯한 여인네들의 머리 모양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밑동 언저리에서부터 벌어지던 큰 나뭇가지가 두 가닥 벌어지고, 벌어진 두 가지로부터 연이어 두세 가지씩 펼쳐지며, 크고 작은 머리 모양이 보이는 모습들이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모두 다 어여쁜 여자들의 모습이다. 하관이 길며 나팔꽃 같이 얄상한 얼굴 모습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통통한 귀여운 얼굴도 보인다.
그 들중 처음으로 내게 수줍게 얼굴을 내민 건, 짱구 엄마의 환한 미소였다. 이어 통통한 우리 "아따" (아내의 애칭)가 금방 파마를 하고 지어 보이던 계면쩍은 웃음이 내 눈가를 간질인다. 오늘은 내친김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얼굴들을 찾아보았다.
조카딸들의 까르르 웃어젖히는 얼굴들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주위의 많은 여인네들의 미소까지, 모두 다 웃는 얼굴들이다. 그 웃는 얼굴들로 내 마음까지 부드러워진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행복함이 가슴속을 헤 짚고 들어 온다. 그 뜨거운 8월의 폭염도, 어제, 그제, 내린 비로 달궈졌던 아스팔트가 제정신을 찾았다.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던 느릅나무의 사랑스러운 얼굴들이 모두 다 내게 손을 흔들어 댄다. 신나게 박수도 쳐 가면서... 뜻하지 않은 느릅나무들의 미소와 함께 가을이 한 발짝 다가옴을 느낀다.
2008년 광복절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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