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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따라 배다리를 걷다 본문
발길 따라 배다리를 걷다
세 달에 한 번은 병원엘 들러 정기 검진을 받습니다. 오늘은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머금은 입가에 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오래간만에 병원 뒤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공원 놀이터에도 봄볕이 따스합니다. 도서관 뒷문으로 오르는 계단을 비추는 햇살처럼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파이팅을 외칩니다. 한동안 어려운 청소년들의 힘과 의지가 되었던 B.B.S. 건물은 어느새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자동차들만 나른 나른 잠자고 있습니다. 타박타박 골목을 지나다 보니 율목동 구세군교회 앞입니다. 조그만 화단에도 이미 봄이 환하게 피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언덕길을 내려가다 골목 옆으로 함께 근무하던 사무장님 집이 보입니다. 어렵사리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았지만 빈집이 맞이합니다. 기왓장 한편에 파란 풀이파리가 살랑거립니다. 오래전 돌아 가신 사무장님의 구수하며 자애로운 미소가 떠 오릅니다. 흩어져 가는 미소를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 한 자리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이제 이곳에 들르게 될 일은 거의 없을 터입니다.
골목을 내려 오다 보니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든 쪽 미닫이문이 남아 있습니다. 단정한 색칠을 한쪽 미닫이문에 一, 二, 三, 四, 五...라는 숫자만 있으면 눈깔사탕 파는 순이네를 금방 떠올릴 텐데,
옛 한 산부인과 건물이 보입니다. 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습니다. 사단 본부대에 근무하던 시절, 동기 제원이는 이곳에 여동생이 간호사로 근무한다며 소개해 주마 얘기하였습니다. 하지만 말 뿐이었고 연분 없는 추억은 그저 지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큰 길가로 나오자 저 편에 청해 여인숙 간판이 보입니다 아주 오래된 집입니다. 총각시절 저기 한 공간 속에 가슴 태우던 아릿한 추억이 녹아 있습니다. 젊음이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무게가 크고 아팠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 아직도 자리하고 있어 그 아픔이 더 합니다.
배다리 서점가 초입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철교 아래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고 , 조그만 광장 이곳저곳에는 등대와 조그만 조형물 그리고 편의시설들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어릴 적 지나다니던 음침하고 눅눅한 답십리의 굴다리 철교에서 느낄 수 없던 편안함과 철교 밑의 풍광도 이렇게 정갈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묵은 회색빛 사고에 누가 매끈하니 기름칠을 했을까요?
경인국도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동인천으로 올라치면 늘 부딪는 길입니다. 삼십여 년 전만 해도 오른편에는 대나무가 그득 쌓여 있었고 , 왼편에는 종묘사와 원예사가 장사진을 치고 있었는데 도로 확장 후 이제는 그저 지나는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은 볕이 좋아 제물포까지 그냥 걸어가기로 작정을 합니다.
유동 삼거리를 지나는데 빛바랜 유동다방의 간판이 보이지만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심의 카페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아직도 한 구석에는 이렇게 옛날 다방의 흔적이 남아 감성의 지갑 속에 감춰진 오랜 기억을 끄집어 보게 합니다..
인천 축구 전용경기장앞입니다. 건너편 높지막한 언덕 꼭대기의 주황색 지붕의 우뚝 선 건물을 보면서 서울 친구들이 '저게 무슨 건물이냐'라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응 저게 박 장로가 세운 전도관 건물이야.' 고 답을 합니다 숭의동 109번지와 함께 한동안 인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였던 건물이지만 지금은 낡고 쇄락하여 바튼 기침과 가래소리만 그르렁거리고 있습니다.
도원역 인근에는 옛 친구들과의 추억이 서려있습니다. 20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금복이와 열성적으로 삼미 슈퍼 스타스를 응원하러 다니던 도원 야구장과, 경기 끝나면 꼭 들른 이화 순댓국의 따끈한 국물 맛이 그려집니다. 지금도 한 잔 생각이 간절한데 혼자는 술을 안 마시는지라 입맛만 다시고 맙니다. 금복이가 간절히 보고 싶군요.
동구청 아래쪽에 살던 친구 정구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너는 잘 될 거라며 넉넉한 격려의 말을 해 주는 친구는, 청년시절 제물포의 "대지기 주점"에서 김치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호연지기를 함께 키우던 친구이며, 나이 들어가는 지금도 스스럼없는 가족만큼이나 애틋한 친구입니다. 이제는 술이 약해져 걱정입니다.
세무서 입구의 "낙지집"에서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는 명호와 태민이, 승희가 고맙고 , 만난 지 수년만에 친구들을 뒤로하고 홀로 저 세상으로 가 버린 달원이가 보고 싶습니다. 도원역 맞은편 원통형 건물에서 학생잡지를 만들던 승욱이와의 아른한 추억들마저 한 자리씩 멈춰져 숨을 쉬고 있습니다.
인천사람들은 인천공설운동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사신 분들은 그라 운동장이라 기억합니다. 그라 운동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운동장 최 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성실하고 묵묵한 분이었고 그라 운동장의 생생한 역사였습니다.
얼마 전 그분의 아드님께서 제 블로그의 글을 보고 연락을 하였는데 공교롭게 수년간 함께 근무했던 동료였지만 서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 모르며 지났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본인의 자각에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근자에 신포시장의 정원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찬찬히 자신의 아버지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언제 다시 만나 인천 토박이의 옛이야기 들을 조금 더 들어 봐야겠습니다.
하늘은 아직도 환합니다. 제물포역을 지나자니 내 사는 곳이 점점 다가옵니다. 늘 그렇듯 집사람에게 커피우유를 사야 하느냐고 전화를 하며 구멍가게로 들어갑니다. 이내 조그만 전화기에서 아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응! 커피우유 투+원과 오늘 구운 페스츄리 사 와!'
'오~ 오늘 구운 페스츄리~'
늘 그렇듯 다시 빵집으로 되돌아 가야겠습니다.
2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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